부조금, 조의금, 부의금, 축의금
‘ㅇㅇㅇ 10만 원'
‘ㅁㅁㅁ 5만 원'
아버지 장례에 관한 일을 하루라도 빨리 잊고 싶어서 들어온 조의금을 정리했다. 타지에 있는 탓에 직접 내게 마음을 표현한 분이 많아 일이 많았다. 요즘의 내가 그렇듯 별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해나갔다. 한없이 반복되는 이름과 금액은 결국 날 딴생각으로 몰아갔다.
돈을 건네는 문화는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난 걸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각종 경조사에 돈을 주고받는 상황을 목격하고 적잖이 놀랐다. 약속된 규칙이나 법칙이 없어서 딱 정해진 걸 좋아하는 나답게 큰 혼란을 겪었다. 서서히 익숙해져 갔고 어떤 소식을 들으면 의례 얼마를 어떻게 전달할까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도 그랬다. 부고 알림을 올리려고 회사 동료에게 부탁할 때 조언을 들었다. 요즘에는 코로나로 직접 조문이 어려워 아예 계좌번호를 같이 올린다고 했다. 이미 익숙한 난 그럴 수 있겠다며 그렇게 소식을 알렸다. 많은 이가 위로를 전했다. 정말 놀랄 만큼 많이. 그 순간순간은 내게 힘을 주었고 감사했다. 나중에 목록을 적어나가며 들여다보니 위로보단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 나를 보며 어릴 적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어떤 어르신이 한 봉투를 들고 비웃듯이 말했다. "얘는 어떻게 된 게 매번 3만 원이야?"라고. 숫자를 따져 보고 있는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 얼마 누군 얼마..."
요즘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