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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26. 2021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의미의 무게

마지막

    늘 마지막에 약하다.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무언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면 온몸이 떨린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이제 다시 올 수 없다니. 졸업을 하고 전역을 하면서도 언제나 닭똥 같은 눈물이 생겨났다. 아쉽다거나 그리워서라기 보다는 그냥 이제 끝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만든다. 엄청난 추억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지 않아도 더 이상 다음이 없다는 현실은 많이 슬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을 모를 나이는 지났는데도 마지막에 대한 감정은 아는 것과 무관하게 변함이 없다. 당장은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제쳐두었다가, 다시 돌아오니 바라볼 대상이 없다는 것. 내 마음대로 원할 때 다시 느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아쉬운 마음을 크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공부하던 동기의 먹먹한 부고를 접했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갑작스러운 떠남을 애도하며 아내의 충격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문득 삶의 허망함을 기억했다. 작년 말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다시 접한 누군가의 마지막. 예고 없는,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마지막 순간이 우리에겐 이렇게 자주 찾아온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전혀 모른다. 마지막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이 꼭 있을 거라는 완벽한 믿음을 가진다. 우리는 마지막을 기대하지 않는다. 보고 싶어 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별 수 없는 나도 마주하는 마지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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