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나중에 들어온 이들
언제나 아래는 편했다. 위를 보며 쉽게 판단하고 욕했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됐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그 시간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얼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길래 저 모양일지 궁금했다. 상황은 금방 역전됐다. 더는 내가 가장 나중에 들어온 사람이 아니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아래로 줄줄이 새롭게 들어왔다. 단단한 맨바닥을 지지하고 있을 때와는 달랐다. 허공에 붕 뜨고, 밑이 그들로 채워졌다. 의도치 않게 아래가 생기면서 저절로 위가 되는 기분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래가 있다는 느낌은 불편했다. 한쪽만 신경 쓰다 양쪽을 이리저리 한 번에 살피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후배를 보면 선배를 보던 내가 떠올랐다. 선배에게 기대가 높았다. 일에 대해서도 마음에 대해서도. 선배라면 무조건 나보다 일을 더 많이 알고 잘해야 했다. 또한 회사 생활하면서 주변, 특히 아래를 챙길 줄 알아야 했다. 실제로 그런 선배들이 있었다. 언제나 여유롭게 일을 척척 해내면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먼저 들어온 사람을 보며 가졌던 기대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그것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 누가 누굴 챙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코가 석 자, 넉 자 마구 늘어만 가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받을 줄만 알았지 줄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제대로 못 받으면 이것도 못 준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후배였던 시절엔 그랬다. 후배가 생기기 전까지는 선배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되고 싶고 되기 싫은 모습은 분명했다. 닮고 싶은 선배가 되고, 쳐다보기 싫은 선배가 되기 싫었다. 위에 바라는 대로 아래에게 해줘야만 했다. 그들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모든 부분에서 그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었다. 선배로서 보여줄 당연한 자세라고 여겼다. 부족한 선배를 비판해온 만큼 다르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싫은 사람이 되고 마는 끔찍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 선배를 혹독히 평가하던 나는 후배에게 어떤 선배가 되었을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