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주의가 만든 비극
혹시 눈치챘는가? 3분기 끝자락, 9월이 되면 회사의 온갖 보도 자료가 쏟아진다. 신규 상품, 서비스, 제휴 협약 등 성과 관련 소식이 물밀듯이 나온다. 그때 만나기로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다 그즈음이다. 연초에 작성된 기획 보고서를 확인해보면 대부분 9월이 목표 일정이다. 그 언저리에 있는 추석에 집에 못 가고 바쁜 게 거짓말이 아닐 수 있다. 진짜로 9월까지 마무리할 게 많아서 꼭 나와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한 해의 마지막 12월도 아니고 하필 9월일까?
그때 모든 승부가 끝나기 때문이다. 10월로 시작하는 4분기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실적을 점검하는 시기다. 대상이 되는 기간인 1~3분기의 성과를 따져서 평가에 반영한다. 평가 결과는 다음 해의 승진 및 인사이동과 직결된다. 직책자인 팀장이나 임원은 내년에도 회사에 존재할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임시 계약 직원이라고도 불리는 임원은 매년 한해살이를 힘들게 이어간다. 그들에겐 올해뿐이다. 그해가 그들에겐 마지막과 같다. 4분기가 오기 전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대충 한 것이든, 남이 다 한 것이든 상관없다.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다고 온 사방팔방에 알려야 한다. 일명 ‘광 팔기’가 성행하는 시기다. 생존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살아남아야 다음이 있다.
절박한 임원이 아래로 내려찍는 압박을 밑에선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무조건 그때까지 무언가 ‘짠’하고 나와야 한다. 그 이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본인이 사라지고 난 뒤의 일은 관심 밖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매년 정해진 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계속 낼 수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적절한 긴장감을 통해 결과를 얻어낸 거니까.
* 하지만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곪아 터진 상처가 한둘이 아닌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