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사랑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헤드 헌터에서 만들어 낸 것 같은 ‘3‧6‧9증후군’은 거짓이 분명했다. 이 말은 직장 3‧6‧9년마다 이직 또는 퇴사 위기가 찾아온다는 속설인데,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고 오는 날이면, 답답한 사람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다음 날의 갑갑함이 그려지는 날이면. 그러려니 하고 있었던 비상식적인 일들이 가끔 내 삶의 불법처럼 다가왔다. 굴복하고 꺾여서 순응해 살아가는 모습이 인생의 옳은 길을 거스른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붙어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나만의 법을 지키고 싶었지만, 다른 돈 버는 법을 몰랐다. 다른 방법을 배워 탈출할 재주도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 당장 먹고살아야 했기에 별다른 틈이 없었다. 씩씩대며 잠든 다음 날 눈을 뜨면 갈 곳은 변함이 없었다. 바로 전날 한심하다고 욕하며 돌아선 그곳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거기 말고는 갈 곳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한 임원의 퇴사 편지가 있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절, 누군가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애잔하면서도 덤덤하게 남긴 그의 마지막 인사는 조금 더 놀라웠다. “그동안 회사 덕분에 먹고살고 애들 학교 잘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내용은 없었다. 일로 이룬 자아 성취니, 성장과 깨달음 같은 건 없었다. 사람도 죽는 순간 기억나는 것이 살아온 시간의 정수이자 전부라고 하지 않는가.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인사,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일.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부스러기일 뿐이다.
그가 남긴 이야기에도 딱 한 가지 의미만 남아있었다. 회사 덕분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 확 느꼈다. 이곳은 진정한 밥벌이의 현장이구나. 이러니저러니 포장해도 결국 내일 먹을 밥을 위해 다니는 거구나. 밑에 있든 위에 있든 다 똑같은 이유로 붙어있는 거구나. 이때의 깨달음은 10년을 다니는 동안 항상 기저에 깔려 나를 따라다녔다. 어떤 것도 그 의미 이상을 뛰어넘기 어려웠다.
* 밥을 먹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은 어땠을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