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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6. 2022

어쩔 수 없는 일

반응과 결과와 평가, 그리고 불안과 기대

깊어지는 고민 끝엔 언제나 같은 놈이 기다린다. 바로 불안. 마음이든 행동이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 떨리는 기분을 주체 못 한다. 이 선을 넘으면 찾아올 게 예측되지 않아서다.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모두가 나를 지지하며 응원하고, 남 부러울 멋진 결과를 얻기 원한다. 직접 넘어서 마주하기 전까진 영원히 알 수 없다. 차라리 이번이 처음이면 멋모르고 해 보겠는데 그렇지 않다. 예전의 처참한 경험이 떠올라서 더욱 발목이 잡힌다. 그때의 차가운 시선, 거듭된 오해, 씁쓸한 성적. 참담함을 잘 알기에 또 하기가 두렵다. 정보나 준비가 부족해서 망설이는 게 아니다. 스스로 확신할 수 없어서다. 완벽한 성공을 불러올 거라는 굳센 믿음이 아니다. 어떤 반응이 와도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를 향한 의심이다. 세차게 흔들리고 몰아쳐도 담담하게 서 있을 자신이 모자라다.


떨치지 못한 불안을 가득 안고 결심을 굳혀간다. 나아질지 모를 고민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 원하지 않지만 어쩔  없는 평가가 시작된다. 팔랑이는 귀만큼 마음도 들썩거리는 시기다. 단순하게 좋다, 싫다고 전해지면 오히려 깔끔하다. 이유까지 분명하지 않으면 차라리  편하다. 원인이 불명이니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으니까. 호불호는 원래 설명 필요 없이 첫인상으로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답답해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의견이 찾아올 때다. 나름 그만의 논리와 근거가 있지만 내가 보기엔 오해가 그득그득하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있는지 당황스러울 정도. 그때부터 말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고 나섰는데 늘어지는 말꼬리에 더욱 꼬여만 간다. 그의 표정과 반응은 점점  신통치 않아진다. 말이 끝나고도 어색한 이해의 시선은 조금도 나아지지 . 답답함에   나서볼까 하다가 결국 변명으로 끝날 것을 알기에 포기한다.


어쩌면 그의 반응이 오해라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이건 꿈일 거야라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무언가의 평가를 마쳤을 때를 돌아본다. 나는 어땠는가. 어지간하면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나중에 알게  반대 정보가 사실이더라도 소용이 없다. 깊이 뿌리내린  정해진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고수하는 입장심지가 곧고 뚝심 있는 자세라 여기며 뿌듯했다. 자리가 바뀌어 반대편에 엉뚱하게 박혀있는 뿌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다 못해 무섭다. 굳어버린 시멘트  나무처럼 무슨 짓을 해도 뽑히지 않을 거라서. 내가   있는 일은 없다.  기대와 다른 차가운 타인의 소신을 인정할 뿐이다.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궁금해서 비결을 들어보면 대단하진 않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냐고 재차 물으면 이리 답한다. 신경 쓴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냐고. 남이 좋다고 싫다고 하든 이렇다고 저렇다고 하든, 자기 손 밖의 일이란 말이다. 원하는 대로 속속들이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남에게 던져지고 나서부터는 어찌할 수 없는 일만 생긴다.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든 과정은 그들의 몫이다. 이 '어쩔 수 없는 것'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나와 분리한다면 단단하게 지낼 수 있다.


우리의 고민은 어쩔  없는 것에 매달려 있을 때가 많다. 결과의 성패나 타인의 인정 같은. 우호와 긍정을 꿈꾸는 기대는 자연스럽다. 결과가 좋기를 바라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다만 제대로 자신과 떼어내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있다. 못마땅한 반응이 몽땅 자기 잘못 같아지면서 스스로 찌르며 두드리고 원망한다. 자책이 깊어지면  걸음도 나아갈  없다. 헝클어진 상황이 모두  때문이라고 여겨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또다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까 망설이고 포기하게 되니까. 심각해지면 부정 의견을  타인이 미워지기까지 한다. 같은 경험이 반복되고 쌓이면서 자신감과 함께 관계도 상실한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듯 당연한 인생의 리듬이지만 올라타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어쩔  없는 것이 나로 인해서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린 멈춘다.


어쩔  없는 것은 어쩔  없다. 무슨 짓을 해도 그것엔 방법이 없다. 일부러 못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각자의 최선을 다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반응은 항상 찾아온다.  안의 부푼 기대만큼이나 곧은 비판도 함께 날아온다. 이 모든 걸 나에게서 떼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하되 목매지 말아야 한다. 절망과 탄식으로 가득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음에  다르게  보는 수밖에 없다. 그때도 무조건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거두고. 성과의 원인을 나로 돌리지 않는다면 계속 도전할  있다. 다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결과와 나를 분리한다.


밝은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어떤 결과에도 담담한 태도를 기대한다. 나아가는 고민을 방해하는 어쩔  없는 불안을 떨치려고 애를 쓴다. 스스로 어쩔  있는 행동에집중하고 나머지는 내버려 둔다. 여전히 아쉬움은 종종 떠오르겠지만,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뻔뻔한 태도가 다음을 있게 만든다. 나를 탓하면 거기서 끝이다. 돌아오는 결과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렇게  발짝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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