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by spac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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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입 끝에서 '광장'이란 말이 맴돌았다.


광장

그곳에는

적당한 바람과 햇빛이 있다.

혼자일 수 있고 같이 있을 수 있다.

다섯 사람이면 다섯 사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명으로 정확하게 덧셈을 한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군중이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집합의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혼자이어도 자신의 방에 혼자 웅크리고 있는 습기 찬 혼자가 아니다.

여럿 모여서도 한 사람일 수 있는 햇빛 머금은 혼자가 머무른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의 시선에 갇히고 맹목의 표현에 유혹된다.

물은 상수로 우리 목을 축이고 중수 그리고 하수가 되어 개천을 따라 흘러간다.

자신의 것이 자신을 적시지 못하고 남을 향해 자꾸 흘려보내면, 그 말초적 표현은 하수도를 흘러가는 물처럼 악취가 난다.


자신을 겨냥함은 관계 안에서의 이기를 쫓기 위함이 아니고 홀로 충만할 수 있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제 광장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

느긋한 걸음으로 광장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독에 힘겨워 뛰쳐나가 멋진 광장에서 더 큰 외로움을 안고 돌아올 수는 없다.

외로운 우리는 실은 남의 고독을 살필 겨를이 없다.

고독의 진원지는 남이 아니고 나임을, 남이 없음이 아니고 내 안에 내가 없음이,

내가 나 자신과 친하지 않음이 이유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우 넘어지지 않고 있는 남에게 나를 위한 남이 되어 달라 청할 수는 없다.

그 광장에는, 이 세상에는 네가 아닌, 수많은 내가 있을 따름이다.


이제는 춤출 수 있다.

광장에 수많은 '나'와 모여 어깨동무하고 발도 앞으로 내지르고 소리도 외쳐가며 몸을 흔들어 댈 수 있다.

'나'를 우열 없이 등가로 물물 교환할 줄 아는 시장,

그곳의 이름을 나는 광장이라 부른다.


호두나무 밑에 작은 광장을 만들었다.

집시같이 모여 춤출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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