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첫날에도 하늘색 옷 입고 왔어요

by 달꽃

내 생일이었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동료 교사분이 우리 교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를 파티에 초대한다며 다른 교실로 이끌었다. 불이 꺼진 교실에 도착하니 초코 케이크 위에 초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김혜인 트레이너님 생일이야. 그러니 케이크 촛불 끄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드리자."라는 원장님의 말에 아이들은 굉장히 놀란 얼굴을 하였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생각하며 귀여워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아무것도 준비 못 했어요."라고 말했다.


케이크를 먹은 후, 나와 아이들은 다시 우리 교실에 들어와 아까 못다 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참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자신의 휴대폰 뒤에 붙어 있던 스티커를 떼어 자신이 아끼는 거라며 나에게 주려고 했다. 괜찮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아이는 이미 내 휴대폰 어디에 붙여주면 좋을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내 휴대폰 그립톡 정중앙에 아이가 준 스티커가 붙게 되었다. 그러더니 나를 그려준다고 했다. 너무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에 그림 그리기 시작한 아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옆에 다른 아이가 앉았다. 그 아이도 그림을 그리는 친구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길래 "너도 선생님 그려줘."라고 요청했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 못 그리긴 하는데." 하면서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두 아이를 보면서 새삼 '아이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최선이 인정받기 힘든 세상에서 아이들의 순수한 최선이 예쁘고, 나를 향한 최선에 고마웠다. 최고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 나도 아이들의 최선을 매번 알아주고 인정하고 응원하고 또 고마워할 줄 아는 눈이 항상 열려 있기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언제라도 최선을 다하기를 잠시 바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색칠을 시작하면서 "선생님은 하늘색, 파란색 좋아해.", "맞아."라며 대화를 했다. 아니 좋아하긴 하는데, 어떻게 안 걸까 싶어서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 첫날에도 파란색 옷 입고 왔어요."라고 답하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그동안 이 아이들의 예술적 감각을 캐치 못했나 싶으면서도 그보다는 나와의 처음을 기억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처음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과 기억이 감동이었다.


아무것도 준비 못 했다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받은 날이었다.

앞으로 생일은 영어로 bursida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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