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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브 Jul 06. 2022

고독은 나를 만나는 시간

내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새벽에 이유 없이 눈이 떠졌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자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 프랑스에 다시 돌아온 지 벌써 5개월이 되어 가는구나". 순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어제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중요한 무언가가 부재되어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나는 이 기분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유학시절부터 수도 없이 겪어봤던 기분이다. 나는 고독함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고독을 피하려 한다.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면 평생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고독 안에는 불안이란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감정을 회피해보려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에서 타인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보거나 끊임없이 인스타그램 릴스를 내려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던 영상이 멈추는 순간 이 감정은 더 짖고 깊게 찾아온다.

우연히 프랑스 라디오 France culture의 'Chemin de la philosophie'라는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고독의 개념에 대해서 떠올렸다. 몇 년 전이라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독이란 외로움과는 다른 개념으로 자기 자신과 대화의 부재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잊고 지내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고독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이 불안을 제대로 마주해본 적이 있었나?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의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왜 갑자기 이 감정을 느끼는 걸까? 이 감정을 내가 이해하고 있는 건가? 신기하게도 내 주변의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일렁이는 거대한 파도가 한순간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질문을 이어나갔다. 

나는 최근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는가, 무엇으로 스스로를 채우고 있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등등. 고요하고 선선한 새벽, 그렇게 나는 스스로와의 Q&A를 시작했다. 


내가 새벽에 스스로에게 던져본 몇몇 질문과 대답들을 아래에 공유해본다.


지금 불안하다고 느끼는가?

그런 것 같다.


왜 불안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어떤 결실이 있을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만큼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두렵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내 인생이 무너지는가?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실망하겠지만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나는 다시 또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 5개월간의 시간을 조금 허비한 건 아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하니 조금 반성이 됐다. 

 

결실이 없다 한들 이 시간이 가치 없어지는가?

그건 아니다. 결국은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똑같은 결정들을 내렸을 것이다. 다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용기 내지 않는다면 가치 있었다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글을 통해 생각하고 그것을 나누고, 그림으로 기쁨과 다양함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얻는 것, 

그리고 언제든 한국과 프랑스를 오고 가며 살 수 있는 삶.


어떤 삶이 스스로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 것 같은가?
생각을 멈추는 삶, 글을 쓰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삶, 불안과 질문이 없는 삶,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을 잃는 삶, 감사함을 잃는 삶,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프랑스에 더 이상 올 수 없는 삶. 


그렇다면 나는 최근 무엇을 하고 있는가? 

프랑스에 돌아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명목 하에 많이 놀기도 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최근 좀 방향을 잃어서 불안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 좋은 시기에 방향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방향을 잃었다기 보단 5개월간 작업한 것들에 대해 다시 바라보고 앞으로 어떤 것을 보안하고 추가해야 될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그 와중에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결국은 의심을 가지되 계획한 것들을 끝까지 밀고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적인 상황과 시간적 데드라인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더 용기를 내자. 잘못된 건 없다. 지금 세상이 무너지지도 누군가가 내 주변에서 죽어나가지도 않았다. 믿고 걸어 나가자. 비관하지 말자, 비겁하게 포기하지 말자. 끝내고 후회하자.

   

이후에도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 후에야 마음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종종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타인에게 이야기 함으로써 걱정을 덜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진정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다만 사실 진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 자신이다. 결국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독의 시간은 자신을 직접 초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독 속에서 더욱 짙어지는 불안의 명암은 때때로 우리를 부드럽게 감싼다. 이 불안이 나 자신임을 깨닫고 인정할 때 우리는 더 깊게 자신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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