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세? 매매? 유예했던 질문이 나를 찾아왔다.
행복주택 계약 만료, 고민의 시작
등기가 왔다. 올해 행복주택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니 퇴거일이 결정되면 예정일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고민을 유예하며 살아온 내게 대답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도 없고
배우자도 없고
돈 많은 부모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너
어디서 살 거야?
월세 살래 전세 살래?
대출내서 집 사는 건 언제쯤 할래?
나 자신에게 진작 던져야 했던 질문들이었다.
부모님은 '다른 행복주택은 없냐'라고 물으셨다. 행복주택 입주는 한 번뿐이라고 대답했다. '국민임대는 없냐'라고 물으셨다. 이제는 연봉이 올라 국민임대 청약 자격이 안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왜 처음부터 국민임대를 들어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모네는 국민임대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모네는 신혼부부니까 들어갔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질문과 대답의 연속이었다. 내가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런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주변에 조언해 줄 사람도 없었다. 나와 처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부모님의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집에서 산다. 친구들은 결혼하면서 양가의 도움을 받고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 매매나 전세를 선택해서 산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내 주변에 없었다.
다른 전세 구해서 살아야지 뭐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지
그럼 답은 월세밖에 없을까 월세는 비싸서 출혈이 클 텐데
주변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항상 이렇게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다른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했다.
나는 '전세사기'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강연을 찾아 들으러 갔다. 관련된 책을 읽어도 보았지만 직접 강연을 듣는 것이 제일 도움이 되었다. 1인 가구인 내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의 허점
공인중개사는 전세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도 자체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입신고는 다음날 0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전입신고를 하는 당일 집주인이 근저당 설정을 하게 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므로 집주인이 1순위가 되고 전입신고를 한 세입자는 2순위가 된다. 근본적으로 집주인의 개인 채무를 모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한 전세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전세를 고민할 바에는 매매를 고려해 보라고 권해 주었다. 위험부담을 안고 목돈을 타인에게 맡기는 일(전세)과 내 소유의 집을 구입하는 일(매매)을 잘 비교해서 고민해 보라는 것이었다.
집을 사 본 사람의 세상으로
집을 사 본 사람을 만나야 집을 사는 새로운 질문지도 만들 수 있는 법이었다. 집을 사는 것을 생각본 적 없는 나는, 1인 가구이면서 집을 산 사람이 주변에 없는 나는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매매가 전세보다 낫다는 거 누가 모르나요. 대출을 받아도 큰돈이 드는 매매를 어떻게 해요.
3천만원 학자금 대출에 덜덜 떨던 내가
4천만원 행복주택 보증금과 약간의 주식만 통장에 가지고 있는 내가
1억도 모아보지 못한 내가 어떻게 집을 살 수 있을까
대출을 싫어하던 나는 대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을 사 본 사람들의 대답을 찾아다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으로 계속 질문하기 시작했다.
혼자인 나도 집을 살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