쫙 펴졌다 그렇죠?
멸린 말치, 아니 말린 멸치, 아 아니 말린 어깨
운동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볼품없이 마른 몸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깨의 양 높이가 달랐고 앞쪽으로 말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별다른 문제의식은 없었어요. 왜냐면 저는 말랐으니까요. 살찌지 않으면 만사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외모지상주의에 쩌들 대로 쩌들었던 탓이련지. 여자애들끼리 칭찬으로 해줬던 말, 혜윤이 말랐잖아~를 들을 때마다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공고해지곤 했죠.
게다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내 계주 선수로 뛰었습니다. 운동 신경이 있다는 자부심이 이상하게 들러붙어서 나는 아주 건강하고 아무 문제없다고, 언제 다시 운동을 해도 아주 잘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처음 헬스장에 등록했을 때 처참한 골격근량과 체지방률에 한 번 놀랐고요. 그다음엔 멀리서 수평, 수직선에 맞추어 찍은 제 전신사진이 너무 뒤틀려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람 몸이 저렇게까지 말릴 필요가 있을까?
객관화는 언제 어떻게 겪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도 고통의 좋은 점은, 강한 충격으로 더듬더듬 뭔가를 하게 만든다는 것 같네요.
이제는 다림질된 멸치, 아니 어깨
트레이너 선생님을 두 번 바꾸어 가면서 운동을 한 지 4년 차, 만으로 꽉 채운 3년+@개월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앞모습을 통해 추측했을 뿐.
얼마 전에 친구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구가 찍어준 민소매 차림의 제 뒷모습은… 과장 조금 보태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어깨가 말끔히 펴지고 양쪽 높이가 균일해졌습니다. 약간의 등근육이 수줍게 존재감을 떨치기까지 했죠(네 지금 자랑 중임).
저는 그 사진을 밑에 한 번 더 크게 올릴 겁니다. 너무 자랑스러우니까요. 전문 운동인이 보기엔 너무 작고 귀여운 근육일 수도 있지만, 저는 고작 그것을 만들어내기까지 별 고생을 다 했습니다. 몸도 힘들었지만 고뇌가 짙었네요.
당장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마음을 다해야 했습니다. 몇 달 전과 비교해 실력이 달라지지 않은 나를 믿어줘야만 했습니다. 게을러지는 나를 향한 실망은 바늘처럼 따끔히 저를 찔러왔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던 결과물을 이렇게 보게 됐습니다. 약 4년 만의 중간 점검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여러 모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 아마 그게 제가 살 수 있는 최선의 삶이겠지요?
당신도 운동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시길. 이 에세이 시리즈에 계속 찾아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