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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지? 발가락에 힘 꽉 줬는데... 이게 아니라고?

나의 헬스 일기

by 밈혜윤

애증의 발바닥

헬스 할 때 발바닥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들어보지 않았다면? 이미 알아서 발바닥을 잘 붙이고 있거나, 트레이너를 교체해야 하거나. 여하튼 헬스에서 발바닥이 얼마만큼 바닥에 잘 붙어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모두가 발바닥이 중요하다고만 말하지 어떻게 붙어 있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나는 발바닥이 ‘어떻게’ 붙어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다녔다. 그때마다 트레이너들은 의아한 얼굴로 ‘전반적으로‘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붙어 있는 게 뭐냐고요! 외치고 싶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트레이너를 만나 또다시 질문하게 되었는데, 그는 비로소 내게 답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답 또한 오랜 시간을 빙빙 돌아 내게 당도했다. 과연 이걸 내가 여러분께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일단 한 번 해보겠다.


나의 깨달음 첫 번째. 발바닥 전반에 고루 힘을 주어야 한다는 말은, 당연히 발가락에도 힘이 나눠져 있어야 함을 이른다. 누군가 당신에게 ”손에 힘을 꽉 주세요 “라고 했다고 치자. 주먹을 쥐어 보며 실험하자. 손가락, 손바닥, 손목 고루고루 힘을 꽉 주지 않을까? 만약 손가락에는 힘을 빼고 손바닥과 손목에만 힘을 준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사람이다. 발도 똑같다. 발에 힘을 꽉 주세요, 하면 당연히 발가락도 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발가락도 함께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발가락도 일을 시키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하중이 뒤꿈치에만 실리지 않고 앞으로 나눠진다.


나의 깨달음 두 번째. 발가락에 힘을 주는 것과 발가락을 오므리는 것은 다르다. 첫 번째 깨달음을 얻은 뒤 의기양양하던 나는 다시 한번 꺾이게 된다. 데드리프트를 할 때 발가락에 힘을 꽉 주는데도 자꾸 무게중심이 뒤로 넘어갔다. 발바닥, 무게중심을 모두 신경 쓰는데도 고중량이 되면 필시 허리가 아팠다. 트레이너는 자꾸 발바닥을 신경 쓰라고 했다. 억울해진 나는 외쳤다. “선생님! 저 발가락에 쥐 날 정도로 신경 쓰고 있어요!!”


그때였다. 트레이너의 얼굴이 심각해진 것은.


발 탈의, 전격 실시!

트레이너는 내게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으라고 했다. 맨발로 헬스장 바닥을 짚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의 얼굴이 심각했기 때문에 나는 고분고분 따랐다. 물론 트레이너가 심각한 얼굴이 아닐 때에도 그의 말에 고분고분한 편이긴 하다. 여하튼 그가 시키는 대로 맨발 데드리프트를 했다. 그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말했다. 이제야 알겠다고. 회원님은 발가락을 오므리면서 힘을 줬지만, 자기가 말한 건 바닥에 붙이면서 힘을 주라는 것이었다고.


...아? 여태껏 정도의 방향과 내가 애쓴 방향이 전혀 달랐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멍해졌다. 트레이너는 고중량을 들 때 발가락이 바닥 위에 펼쳐진 모양새여야 한다고 했다. 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다고 생각해 보자. 혹은 푸쉬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손을 어떻게 짚을 것인가? 주먹을 쥐듯 오므릴 것인가? 아니다. 손가락을 쫙 펴서 바닥에 말 그대로 손을 펼쳐둘 것이다. 손으로 하면 이토록 당연한 사실이, 발에는 적용이 잘 안 됐다. 나만 그랬던 거 아니죠? 나만 그랬던 거라면... 원래 인생은 외로운 거니까 슬퍼하지 않겠어요.


맨발로, 그리고 새롭게 알아낸 사실을 실천하려고 애쓰면서 고중량 데드리프트를 다시 해보았다. 트레이너가 녹화한 영상에서 내 바벨의 궤적은 훨씬 안정적인 수직 궤를 그렸다. 허리가 덜 아프기도 했다. 집중력을 잃어버리면 바로 이전의 습관(내려갈 때 과도하게 바벨을 몸에 붙이려고 하다가 무게중심이 뒤로 넘어가는)이 나오긴 했지만 한결 나아 보였다. 다시 한번, ‘어떻게’를 세세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배움이 없이도 자연스레 발바닥 접지가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누가 하는 것 몇 번만 보고 따라 하면 잘 되기도 한다. 혹은 한 번 귀로 듣기만 해도 접지를 잘 따라 한다. 그러나, 아닌 사람들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은? 아주 상세한 티칭이 필요한데, 이미 발바닥 접지가 익숙해져 버린 운동 고인물들은 우리의 의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못해서 설명을 못한다. 그러니 왜 설명 안 해주냐며 고인물들을 타박하지 말고, 저의 글에서 얻어 가십시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모르겠다고요? 그럼 냅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운동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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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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