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헬스 일기
데드리프트는 내리는 운동?
전 역도 국가대표 장미란 선생님은 '데드리프트는 내리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데드리프트에서 바벨을 뽑는 것에 집중할지 내리는 것에 집중할지는 사람마다, 운동 목적마다 다를 것이다. 근육의 고립과 수축 및 폭발적 성장에 집중하는 보디빌딩 관점에서라면 뽑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균형 잡힌 근육 성장, 부상이나 고통 없는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장미란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아로새겨 내리는 데에도 집중을 기해야 한다.
오늘의 글은 데드리프트에서 내리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데드리프트 뽑기는 잘하는데 내려가는 게 무서운 사람, 내리고 나면 허리가 아픈 사람이면 이 글이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왜냐? 이 글을 적고 있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로 말하자면 데드리프트에서 뽑기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허리가 말리지 않게, 슬랙아웃과 웨징을 잘 활용하여서, 몸통에 무게를 잘 체결하고 뽑아 올리기. 얼마나 잘하는가 하면 트레이너가 나에게 '올리는 자세만큼은 거의 100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내려가기다. 내려가는 자세의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고중량일 때면 내려가는 순간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내리면 필시 허리가 아프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튜브, 블로그를 섭렵해 보았으나 대부분 뽑아들 때의 주의점을 알려줄 뿐 내려갈 때는 이렇다 할 큐잉이 없었다. 이 얘기를 왜 굳이 하냐면, 내 문제를 알아내기 위한 긴 여정에 대해 생색내기 위해서다.
자, 이제 내릴 때 얘기를 해보자.
내려갈 때: 엉덩이, 다리 쓸기, 잘 앉기
내려갈 때 주의할 점은 위의 세 가지다. 다시 한번. 엉덩이, 다리 쓸기, 잘 앉기.
첫 번째, 엉덩이. 엉덩이는 내려가면서 뒤로 밀어내는 힘을 써야 한다. 제자리에 쪼그려 앉을 때처럼 수직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 뒤로. 수평으로. 엉덩이를 뒤로 밀어내는 동작을 '힙힌지'라고 한다(힙힌지에 관해서는 바로 이전 글에 이것저것 써놓았으니 필요하다면 참고하기). 엉덩이를 뒤로 잘 밀어낸다면 상체는 알아서 접힌다.
음악중*, 인기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갓 데뷔한 아이돌의 비유를 쓴 적 있다. 힙힌지의 감이 없다면 갓 데뷔한 아이돌에 빙의하여 겸손하게 인사를 하는 자세라고 쉽게 생각해 보자. 허리에 과부하가 있어서는 안 되고, 몸통은 지면과 수평한 상태다. 뒷벅지에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뒷벅지! 운동 초보들은 드디어 아는 말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뒷벅지의 긴장감을 강제로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발 뒤꿈치에 중심이 실린다. 발 뒤꿈치에 중심을 뺏긴 채 바벨을 내리는 것은 디스크 작살나게 해달라고 정화수 떠놓고 비는 것이나 다름없다. 운동 유튜버들의 다양한 가르침을 받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뒤꿈치가 눌리는 느낌으로 바벨을 내려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을 곡해해서는 안 된다. 뒤꿈치에 체중을 100% 실으라는 말이 아니다! 발바닥 전반에 고루고루 힘을 준다는 전제 하에, 아주 약간만 뒤쪽에 신경을 쓰라는 말이다.
이해가 안 되죠? 아무튼 요지는, 발뒤꿈치에 온 체중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다리 쓸기. 데드리프트를 내릴 때는 바벨이 다리를 스윽- 쓸어야 한다. 이유는? 무게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다. 들어 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갈 때 또한 바벨의 무거운 무게를 몸통에 가깝게 두어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내릴 수 있다. 몸통에 최대한 붙이는 것. 이것을 헬스에서는 수직 궤도라고 말하는 거랍니다. 어렵지 않아요.
그럼 의문이 든다. 데드리프트에서 바벨의 움직임은 수직 궤도를 지켜야 한다는데, 다리를 쓸어서 내리면 무릎에서 툭 튀어나오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그럼 무릎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앉는 것이다.
세 번째, 잘 앉기. 아니 앉으면 앉는 거지, 잘 앉는 게 뭐람? 당신의 작은 머리통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의문들을 잘 안다. 곧 내가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잘 앉는 것은, 바벨이 몸통에서 최대한 붙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앉는 것을 말한다.
바벨이 무릎을 지나기 전까지는 엉덩이를 줄곧 뒤로 빼면서 바벨로 허벅지를 쓸어라. 그러다가 무릎을 지나면 무릎을 같이 접어서 앉아준다(이때에는 엉덩이가 약간 수직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게 맞다 당연함 진짜 앉았음). 다만 무릎을 접어서 앉을 때 바벨을 정강이에 바싹 붙임으로써 몸통에 가깝게 끌어오는 듯 한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 앉는 데에만 집중하느라고 바벨을 칠렐레 팔렐레 아무렇게나 대하면 몸통에서 멀어진 채로 앉게 될 확률이 크고, 그러면 바벨이 수직 궤도를 이탈했으므로 허리가 아프다.
참 쉽죠? 어려워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림을 조악하게나마 그려서 첨부하려고 했는데 브런치가 업로드에 실패했으니 나중에 시도하라고 50번쯤 거절했다. 그러므로 텍스트로만 설명하고 이번 편은 종료합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