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덕한 일이!
그런 경우가 있다. 분명히 나는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을 했는데, 오히려 운동하기 전보다 더 피로하고 심지어는 염증이 도지는 경우. 너무 괘씸하고 배은망덕한 몸뚱이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다. 여러 의료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운동은 염증 반응을 감소시킨다는데, 왜 나는 이런 반응이 일어났을까? 뭔가 운동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오.
염증은 왜 생기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몸의 어떠한 반응은 회복을 위해 이루어진다(암은 제외하고...). 운동을 마치면 염증 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신의 근육이 찢어졌으니까.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염증이 와글와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염증을 달고 살면서 운동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오.
운동을 시작하고 초반에 잠깐, 고강도 운동으로 바꾸고 초반에 잠깐만 염증 반응이 심하게 올라온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염증 반응은 낮아진다. 왜냐. 이제 우리 몸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자세한 과학적 사실은 유튜*로 가시길 바란다.
다만 초기에 염증 반응이 심하게 올라올 때는 바라건대, 쉬어주시길 청한다.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겠다는 객기는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몸이 잘 회복해서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데 찬물을 부어버리면서 의지 운운하지 말자는 말이다. 이미 염증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염증을 어화둥둥~그래 더 커라 파이팅~하면서 키우면 어쩌자는 말인가. 그거야말로 배덕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쉬는 것도 강한 의지 싸움
내가 아는 누구는 '의지무새'다. 뭐만 하면 의지, 의지... 의지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대단한 착각과, 의지로 이겨내야만 한다는 더 대단한 강박을 가졌다. 그 의지와 강박으로 꿋꿋하게 일상을 이겨내고 있으나, 문제는 인생이란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태가 찾아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의지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으며 한 발 물러나는 게 꼭 게으름의 표상은 아니다. 그럴 때조차 의지, 의지 타령하는 그놈은 그러다가 어느 날 풀썩 고꾸라져 커다란 건강 문제를 겪는 멍청한 짓을 반복한다. 절대 내 얘기가 아니다(이럴 때 90% 이상의 확률로 내 얘기가 맞는 건 국룰).
나는, 아니 그놈은, 작년엔 목디스크로 인한 심한 팔 저림을 겪었었다. 그때 깜짝 놀라서 몸을 좀 사리며 쉬는 듯하더니, 개 버릇 못 준다고, 또 의지무새가 되어 난리법석을 떨다가 이번에는 극한의 피로감과 피부 발진으로 고생하고 있다. 피부 발진은 소리소문 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어, 이게 뭐지, 뭐 트러블 났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허벅지 전체에 퍼지며 간지러움을 동반하고 있다. 하. 브런치에 작가 타이틀 달고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만 하겠습니다. 썅!!
너무 놀라서 휴식을 결심한(도대체 몇 번째냐) 이 사람은 이틀 정도 쉬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을 경험한다. 바로... 바로바로...! (이미 알고 있는) 강박과 불안감을 느꼈다. 이틀을 쉬고 나니까 왠지 괜찮은 것 같아서 가벼운 운동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정정한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하루를 보낸 게 아닐까? 불안을 느꼈다. 그 마음을 꺾고 운동 매트를 펼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이를 악문 노력과 자기 위안이 필요했다.
무언가를 하는 것뿐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도 결심과 의지의 영역이었습니다. 근데 이제 불안을 곁들인. 어쨌든 오늘의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건강하려고 운동을 했더니 염증 반응이 일어났다면 너무 불안할 필요 없습니다. 운동을 잘한 거라는 방증이라고 생각하고, 푹 쉽시다.
푹 쉬는 게 익숙지 않다면 그것도 연습해서 키워야 할 덕목이라는 점을 저와 같이 마음에 새깁시다. 새기고 새기고 또 새겨도 새겨지지 않을 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