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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솔 May 04. 2024

아멘

사탕 주세요

로리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해 기침, 콧물, 가래를 동반한 고열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4시간 수액을 꽂고 있어야 하고 하루 세 번 약을 먹여야 했다.

21개월 아기의 현실이 고단하다. 더욱 피곤한 건 보호자 세명이다.

직장에 출근하는 엄마 아빠는 퇴근 후에 잠깐 들러야 하고 주 양육자인 

나는(할머니) 아기와 함께 병원잠을 자야 했다.

병원에 있는 시간은 하늘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몽롱한 상태일 때가 많다.

정작 아기는 상태가 호전되자 에너지가 넘치게 돌아다니느라 빠쁘다.

그래서 나는 더 피곤할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약을 먹고 나서 로리는 꼭 뽀로로 사탕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신나게 약을 먹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납작하고 하얀 비타민 사탕은 마치 우리가 성당에서 신부님께 받아먹는 성체와 비슷하게 보인다.

사탕을 반쪽으로 자르는 순간 아이는 왼손을 오른손바닥 위로 올리고 기다린다.

사탕을 손바닥에 올려주면 '아멘' 하면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사탕을 집어 입에 넣는다.

아하! 로리는 미사 드릴 때마다 보고 있었구나.

성당에서 아빠에게 안겨 신부님 앞으로 가면 신부님은 아빠에게만 하얀 사탕 같은 것을 주셨고

그때 아빠는 '아멘'이라고 했던 것을... 미사 때마다 그 시간을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신부님은 왜 내게는 하얀 사탕을 안 주실까 했을 것 같다.

앙증맞고 귀여운 그 모습을 보려고 약을 먹이고 난 후면 의례히 비타민 사탕을 준비했다.

병원에서도 그랬다.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있다가도 약먹이는 시간이 되면 웃을 수밖에 없다.

"약 먹자~ " 하면 

"사탕 주세요~" 한다. 그리곤 "아멘~" 하면서 받아먹는다. 순간 피로가 싹~ 가신다.

무엇이 약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 퇴원이나 하게 해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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