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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May 15. 2024

울어서 미안해요

20개월  아기의 언어?

자다가 깬 아기가 운다. 엄마도 부르고 아빠도 부르고 할머니도 부른다.

온 가족이 우는 아기 앞에 모인다. 무서운 꿈을 꾸었는지, 침실의 온도가 더웠는지 여하튼,

무엇이든 불편했기에 자다가 일어나서 우는 게 아닐까.

돌아가며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우리 아가 자면서 무슨 꿈꾸었어?"

"할무니 ~"

"할머니가 꿈에서 이놈~했어?"

"할머니 좋아~"

"그런데 왜 울어~ 울지 말고 코~ 자자~" 그러자 아기는 더 큰 소리로 운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할머니 미안해요~ 울어서 미안해요~"

그리고는 엄마 미안해요, 울어서 미안해요를 또 한 번 하면서 운다.


말이 조금 빠르다는 것은 돌 지나면서부터 느끼긴 했지만 

그저 많은 단어를 입 밖으로 내어 놓는 정도였기에 오늘처럼 놀랍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 할무니, 주세요, 좋아, 안 좋아, 예쁘다, 물~ 까까... 이런 식으로 단어 나열로 소통이 되기 시작한 게 불과 얼마 전이었건만, 지금은 두 단어 연결, 동사, 조사까지 넣어서 문장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몸짓, 손짓에 소리를 얹어서 소통을 한 것은 돌 전후였던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주기도 했지만 평상시 주고받는 대화가 많아서일까?

이유를 대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소리는 놀라웠다. 

다른 또래 아기들도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들을 키울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대화는 

힘들었던 것 같아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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