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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안나 Jun 06. 2024

아우슈비츠에 관한 노래와 시 그리고 영화(3)

영화 '피아니스트'를 중심으로

아우슈비츠에 관한 노래와 시 그리고 영화(1)

나는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내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를 유난히 많이 보게 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여행 중에 듣게 되는 인류의 역사, 그 안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전쟁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인 것 같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는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인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영화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를 가장 감명 깊게 보았다. 특히 '피아니스트'는 크라쿠프로 가는 기차 안에서 틈틈이 보았던 영화였고 영화방송 채널에서 두세 번 더 본 기억이 있다.       


그밖에 내가 본 영화를 언급하자면, 처음부터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1997)'를 얘기하고 싶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비극을 다루면서도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코믹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영화는 주인공 귀도가 아들 조슈아에게 험한 수용소 안에서의 현실을 숨기는데 유머와 상상력을 동원한다. 나치 수용소를 '게임'으로 위장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겠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의 잔혹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나치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크 허만 감독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 역시 순수한 8살 소년 브루노의 시선을 통해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수용소 고위 책임자의 아들인 브루노는 처음에는 나치 수용소를 '농장'으로 오인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유대인 소년 슈무엘과 친구가 된다. 브루노와 슈무엘의 우정은 인종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부르노와 슈무엘은 가스실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그들의 비극은 인간의 악행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남는다. 영화는 브루노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쉰들러 리스트'와 '피아니스트'를 비교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가장 감명 깊게 본 두 영화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느낌과  메시지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통점

쉰들러 리스트와 피아니스트는 모두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두 영화 나치의 잔혹한 학살 행위와 유대인들이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홀로코스트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인류 역사의 상처임을 강조한다. 

또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선함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쉰들러 리스트에서는 오스카 쉰들러처럼 많은 유대인들의 생명을 구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피아니스트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주인공 스필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쉰들러 리스트는 실제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이야기를, 피아니스트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Wladyslaw Szpilman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성을 확보하고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차이점

 '쉰들러 리스트'는 오스카 쉰들러라는 독일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유대인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사업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수많은 유대인들을 구했다. 반면 피아니스트는 유대인 주인공 스필만의 시각으로 홀로코스트를 그려냈다. 그는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극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쉰들러 리스트는 수백, 수천 명의 유대인을 구한 쉰들러의 활동을 중심으로 거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반면 피아니스트는 한 개인의 생존을 그린 작품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다.

쉰들러 리스트는 잔혹함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밝은 분위기를 풍기는 장면들이 많다. 반면 피아니스트는 극심한 절망과 고통을 표현하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결론

쉰들러 리스트와 피아니스트는 모두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다룬 영화이지만, 서로 다른 관점과 규모, 톤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쉰들러 리스트는 인간의 선함과 희망을 강조하는 반면, 피아니스트는 홀로코스트의 잔혹성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에 몰입도가 더 높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을 죽였다. 다소 평화로워 보이는 영화 도입부에서도 왜 그리 초조하던지... 스필만이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장면, 쇼팽의 '녹턴'이 흐르는 과정에 폭격은 시작된다. 그 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코 숨어 지내던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연주하는 장면이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거의가 그럴 것 같다.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긴장감, 감동, 아쉬움, 울분, 인간성에 대한 믿음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쇼팽의 '발라드'라는 곡이 그러한 느낌을 더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위안을 찾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스필만, 그런 스필만을 도와주는 독일군 장교의 모습은 인간의 선함을 보여주는 작은 빛이 되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런 영화를 영화의 배경이 된 그 도시에서 본다면 그 감동은 어떠할까. 나는 영화'피아니스트'를 아우슈비츠에 가기 전 날 기차로 이동 중에 보았다. 영화의 여운은 아우슈비츠에 도착해서도 남아있었다. 슬픔, 분노, 절망,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이 일었다. 또한,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표출하고자 시를 썼다. 음악과 영화와 파울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를 이해하면서 느꼈던 내 감정을 나의 시로 풀어놓았다.

나의 시 작업은 이렇게 여행길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어 가기를 반복했다. 나는 시인이었다.


폴란드의 크라프트에서 다음여행지인 부다페스트로 가는 동안에 본 영화'글루미 선데이'는 음악과 사랑이 주제인 멜로 영화였지만 여기서도 시대적인 배경은 전쟁 전후의 암울했던 시기임을 볼 수 있었다. 세체니 다리를 건너며 영화의 주인공들을 생각하며 쓴 시도 영화의 여운이 깊고 길어서였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구상의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것들은 서로 다른 역사적 해석과 영토주장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수십 년간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고 국제 사회에 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잔인하게 말살되어야 했던 인종차별에 의한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것으로 끝이기를 바라야 한다.

현대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상호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참혹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세계여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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