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을 짓는 손

이오두막을 떠올리며

by 혜솔

산골마을에 살던 그때

먼저 자연과 하나 된 여인이 있었어

씀바귀꽃을 잘 그리고

황토흙으로 옷감을 물들이며

야생화를 키우며 사는 여인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그녀의 집에서

그녀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았어

하얀 면 기저귀천을 여러 장으로 잘라

네모 반듯이 접고

가장자리를 꼼꼼히 시침하더니

빨간 채송화 한 송이를 살포시 수놓더라

기저귀천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고운 물건과 투박한 손길

무엇에 쓰려나 물었더니

부엌에 걸어둘 행복이란다

물기 있는 그릇 닦아줄 행복이란다

그녀의 토방에서 만들어진 행복을

선물로 한 장 받았네

눈물 흘릴 일이 있다면

그 눈물 닦아줄 행복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나는 그 행복을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녀

그녀의 투박한

손 그림자와 함께

keyword
이전 12화사려니숲에 그림자를 두고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