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한 바람이
속삭인다, 월든을 알아?
자박자박 발자국을 뗄 때마다 송이* 구르는 소리가
간지러운 길
가본 적 없는 호숫가 숲을 상상하며 힘차게 걷는다
붉가시나무, 감탕나무, 단풍나무와 서어나무 길을 지나고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을 만나 손을 뻗는데
가루 같은 물방울이 하늘에서 날아온다
촉촉해진 입안에서 소리가 쏟아진다
사아 사아 사아
바람이 또 지나간다 월든 삼거리가 보여?
참꽃나무, 올벚나무, 굴피나무가 옷을
벗고 있는데
젖은 숲길에선 소리가 나지 않는다
새가 울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듯
조그마한 그림자 하나 꿈틀댄다
시월 어느 하루를 걷다가 길을 잃은 곳
죽죽 뻗은 삼나무숲은 너무 어두워
안개비가 내리는데 날이 저물고 있는데
어디만큼 왔는지 발자국은 숨을 고르고
하늘을 가리고 줄지어 선 나무들은
바람을 가둔다
어디가 월든이야?
숲을 나오며 뒤돌아보니 서있는 그림자가 내게 묻는다
*제주에만 있는 화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