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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GP*로 쌓여가는

그 섬의 당신들

by 혜솔

내가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주실 수는 없나요?


당신이 태어난 지 100년 정도 되었어요.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는건, 아 상상할 수가 없군요.

당신들로 만들어진 섬이 이 지구상에 500개나 있다는 건 아시나요?

당신은 500년을 견디며 이 지구를 아프게 할 거예요.

물론 당신 탓은 아니지만...


대한민국보다 16배나 큰 섬이 당신들의 가장 큰 섬이래요.

당신은 그곳에서 왔나요? 그곳으로 갈 건가요?

아, 자연으로 가고 싶다고요?

우리는 버려진 당신에게서 나온

미세한 당신 존재를 먹고 있어요.

적어도 하루에 300개 정도를...

그래요 이 모든 것을 당신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요.

당신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수백년이나 걸리게 만든 인간

바로 우리 탓입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한 해 동안 돌고래 무게만큼이나

당신들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내 탓이요, 우리 탓이요, 인간 탓이지요.

가책없이 버린다는것, 버려진다는것, 이후의 위험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달라져야겠어요.


당신을 덜 만들고, 덜 쓰고, 버리지 않고 오래 쓰다가

재활용의 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도록 노력 할게요.

그러다 아예 만들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바다와 땅, 그리고 우리의 몸속에서

당신의 흔적을 지워갈 수 있도록

우리의 선택이 만든 당신,

이제 우리의 선택으로 줄여갈게요.


500년의 고통 대신

희망의 씨를 심어 보겠습니다.

당신 없는 세상을 향해

우리, 함께 나아가도록



*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h)

거대 쓰레기 섬(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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