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아침부터 시간은 그 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바람은 아직 차고
꽃은 망설이며 피고 있을 4월의 아침, 창너머 속삭이는 소리를
우리는 믿고 싶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그 소리를
진실의 씨앗이 바람에 실려와 멈춰 있던 시계를 돌린다
수많은 밤을 견뎌냈을 아침은 그의 운명을 시곗바늘 끝에 매달아 놓고 있었다
침묵으로 눌러쓴 광장에 한 노인의 눈빛이 먼 역사 위에 멈춘다
누군가는 떨고 누군가는 숨죽여 울던 시간
모두가 기다린 것은 명료한 문장의 마침표가 찍히는 그 순간의 언어였다
끝내 시곗바늘이 ‘그 이름’을 지나가자 광장은 폭발하듯 함성이 터졌다
노인의 눈에도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손에 쥔 희망이 말이 되어 떨어지던 시각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시계가 다시 걷기 시작한 발걸음이었다
굳게 닫혔던 문 활짝 열리고
하얀 웃음 속에 역사의 붓이 새 장을 넘긴다
음습하던 겨울을 보내며 써 내려간 우리의 이야기가 4월이 되어 피어난다
목련이 하얗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