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
로리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침에 가서 점심 먹고 낮잠 자기 전에 돌아오는 오전반이다. 꿀 같은 오전시간을 로리에게 선물 받은 셈이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미세먼지도 좋은 편이라 어린이집까지 걸어갔다. 차로 5분 거리지만 천천히 걸어가면서 꽃도 보고 벌도 보고 놀이터에서 잠깐 한눈도 팔며 여유롭게 등원했다. 그리고 12시가 좀 지나서 다시 로리를 데리러 어린이 집으로 갔다.
로리가 하원하는 시간은 친구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친구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로리는 주로 주말농장에 가서 채소에 물도 주고 풀꽃도 보고 나비를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나와 살구꽃 공원 쪽으로 걸어서 산책을 했다. 벚꽃이 지고 있었지만 풀밭에는 작고 귀여운 꽃들이 로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제비꽃, 봄까치풀꽃, 애기똥풀꽃, 냉이꽃, 꽃마리 등등 예쁜 꽃들이 살랑거렸다.
냉이꽃이 빼곡히 올라온 풀밭에 아주 작고 노란 꽃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로리야, 이 꽃이름은 꽃다지야 꽃.다.지 해봐" 알아듣는 둥 마는 둥 꽃을 향해 성큼성큼 걷는다.
"할머니! 로리가 할머니한테 이 꽃 선물할래요"
로리는 꽃줄기를 작은 손으로 잡더니 똑, 하고 꽃을 따고 말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돼! 꽃 따지마~"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로리는 "할머니~ 이 꽃이 꽃따지라며 왜 꽃따지마래?"
"응? 아니 그게... 꽃다지가 아야! 하니까 따지 말라고..."
순간 이게 무슨 말장난이지? 의아했지만 로리입장에서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로리야, 그 꽃 이름이 뭐라고?"
"꽃따지마"
당황스러웠지만 웃음이 났다.
"로리야, 꽃따지마를 막 꺾으면 안 돼, 꽃이 아플 것 같아 그렇지?"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할머니! 그런데 이 꽃은 꽃따지잖아~?"
어린이집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 길이 공원이어서 참 좋기도 한데 오늘은 왜 피곤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