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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뿍

밥 숟가락

by 혜솔 Mar 26. 2025

오늘 아침에 로리는 일어나자마자  맛있는 것을 달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눈 뜨자마자 딸기 주세요, 포도주세요 하면서 과일을 찾는데 

오늘은 그냥 맛있는 것을 달라고 한다. 

"맛있는 게 뭐지?" 했더니 

"고기하고 김치하고 밥 주세요. 아임 헝그리~" 

"아침부터 고기반찬에 밥을 먹겠다고?"

"네, 숭늉도 주세요."


로리 엄마 아빠는 아침에 밥을 먹어본지가 있기나 한가? 생각해 보았다.

간단히 계란하고 두유, 토스트와 커피 정도 먹고 출근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조금 늦게 일어나는 로리의 아침은 대개 누룽지와 백김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밥상을 제대로 차리란다.


소고기 50g을 굽고 김치 두 조각을 씻어서 잘게 자르고 숭늉과 함께 밥을 반공기 놓아주었다.

"할머니, 로리는 젓가락도 잘 쓰고 밥도 혼자 먹을 줄 알아요" 그러더니 숟가락을 잡는다.

"자~이것 좀 보세요 할머니, 숟가락에 밥을 듬~뿍!"

듬뿍? 정말로 듬뿍 펐다. 

숟가락에 듬뿍 퍼진 밥 한 숟가락 보다 듬뿍이라고 표현을 하는 로리의 입이 더 복스럽고 푸짐하다.

"고기도 듬뿍 올려주세요" 하더니

"아니야! 로리가 젓가락으로 할게요, 할머니 보세요~"한다.

숟가락에 밥을 듬뿍 퍼서 젓가락으로 고기 한점 올린 후 입으로 가져가는 로리를 보며 

이제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밥도 듬뿍 푸고 젓가락질도 잘하는데 왜 나는 계속 먹여주려고만 했을까.

몸도 마음도 넉넉하게 크고 있는 로리, 요즘은 젓가락질 하는 재미에 밥을 더 잘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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