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 숲

너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by 혜솔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네 뿌리는 깊이 춤추었지
바람이 불 때마다
네 잎새는 무거운 숨을 가누었지

너는 바다의 문지기야
거친 물결을 가슴으로 끌어안아
쓰나미의 창끝을 무디게 하고
해일의 노여움을 잠재우곤 했지

네가 숨 쉴 때마다
탄소는 바닷속으로 녹아들고
너의 가지 끝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었어

사람들은 몰라
네가 숲으로 버텨온 이유를,
거센 파도에도 끄떡없던 네가
차가운 삽날 앞에선 속수무책이란 것을,
너의 멋진 뿌리들을 걷어낸 자리에
도시가 들어선 후
춤추던 뿌리아래 길 잃은 미생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더 이상 너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바다의 온기가 넘쳐흐르기 전에
네가, 그 자리에
여전히 숨 쉬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람들은 이제라도 알아야 해
넌 스스로 떠난 게 아니라
우리 손으로 밀어낸 거라는 걸
그 손을 멈춰야
너도, 바다도, 우리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작가노트

맹그로브 숲을 배를 타고 지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물과 진흙, 엉켜 있는 뿌리들 사이를 조심조심 지나면서 숨 막히는 듯한 고요함과 생명의 숨결을 느꼈습니다.
쉽게 흔들리고 꺾이지 않는 그 고요한 견딤과 질긴 생명력은 지구의 환경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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