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첩잡이

하동포구에서

by 혜솔

하동 포구를 지나 신기리로 들어섰다
마을 앞 섬진강변 선착장에서
사람들은 재첩잡이 준비가 한창이다


정오 전에 물이 다 빠지겠다!
시계를 보던 아저씨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삼삼오오 작은 배에 올라
강으로 떠난다 나도 슬쩍 따라나선다


강 한가운데 도착하니 수심은 가슴께

저마다의 허리춤에 커다란 고무대야가 끈으로 묶이고
손에 들린 거랭이로 강바닥을 긁으며 재첩을 캐낸다

살살 긁으면 모래만 흩어지고 재첩만 남는다

강 한복판에서 수십 명이 천천히 강바닥을 어루만진다

섬진강 춤사위가 펼쳐지듯 강물이 너울댄다


하동 사람들은 재첩을 갱조개라 불렀어
재첩은 우리 삶의 전부나 다름없었지

봄비와 햇살이 재첩을 살찌우고 나면 여름이 오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강을 긁어 올려 재첩국을 끓이고

'재첩국 사이소~'로 아들 딸 시집 장가보냈으니까

하동 재첩이 제일이여, 국물이 사골처럼 뽀얗게 우러나지

한 할머니의 이야기에

강 한복판에서 힘겨운 신음과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퍼진다


옛날의 섬진강은 맑았고 지금의 섬진강은 바다라 한다
감성돔, 전어, 도다리까지 잡히는 풍요로운 여름

하동 재첩국 한 사발을 받아 놓고 보니
그 안에 섬진강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작가노트

지금은 많이 달라져있을 포구, 그날 먹은 재첩국을 또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딱 15년 전쯤만 해도 이런 여행을 할 에너지가 있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천천히 길을 걷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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