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모넴바시아의 기억

by 혜솔

천 년의 돌계단을 오르니

발아래 역사가 숨 쉰다

비잔틴의 기도가, 베네치아의 노래가

이 좁은 길에 스며있다


한 걸음마다 시간은 뒤로 흐르고

에게해는 푸르다

성벽 틈으로

수평선이 역사의 경계와 맞닿아

어디론가 흐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로를 따라 걷는다

해 질 녘, 성벽 위에서 바라본 하늘에

붉은 그림자가 길어진다

돌담에 기대어

천 년을 견딘 성채처럼 굳어버릴까


그러나 길은

작은 마을을 거쳐

첫 발을 내디뎠던 모넴바시아로 돌아온다

여행은

떠남이 아닌

돌아옴에 있다는 걸 그곳에서 알게 된다



작가노트

모넴바시아는 '단일 입구'라는 이름처럼, 육지와 연결된 좁은 다리를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마을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서,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접점을 보여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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