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핀 연꽃과 두루미
비 그친 아침
젖은 논길을 걷는다
벼 잎 끝에 맺힌
작은 빗방울
이 고요가 자라
꽃을 피웠을까
푸른 논 속에
흰 연꽃송이
수런거린다
논인가, 연못인가
이 고요한 마음을
심었을 누군가,
문득 궁금해진다
벼 반, 연꽃 반
바람마저 머물다 가는 자리
어느 농부의 손끝이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흰 두루미 한 마리
천천히 떠올라
흐린 하늘을 가른다
우아한 날갯짓
긴 목덜미에 감긴 풍경을 이고
높이, 아주 높이
날아오른다
나도 오늘,
논 속에 핀
꽃 한 송이 되어
하늘을 본다
# 작가노트
비가 그친 아침, 젖은 논길을 걷다가 논 속에 핀 연꽃을 보았다.
벼 사이로 피어난 고요는 말이 없었고,
하얀 두루미 한 마리가 그 침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날의 풍경은 시보다 먼저 시였고,
나는 다만, 그 여운을 뒤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https://youtu.be/imGaOIm5HOk?si=MdvoqXtGTNt35A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