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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로chaaro Nov 17. 2019

07. 9호선의 “비공식” 매너

9호선 빌런

마너 마잌스 만


킹스맨에서 콜린퍼스 아저씨가 문을 철컹철컹 잠그면서 했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동의한다. 본디 매너라는 것은 법과는 달라서 지키지 않아도 잡혀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너를 “지킨다는 것은 “내가 그대를 이만치 배려하오” 하는 인류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느낀 9호선 매너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구태여 “내가 느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인된(?) 매너가 아닌 비공식(?) 매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백팩 앞으로 매기, 승객이 다 내린 다음에 타기, 새치기하지 않기, 임산부 및 노약자석 비워두기, 통화 큰소리로 하지 않기, 이번 역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넓으니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하기(?) 등은 대다수의 사람이 인정하고, 안내방송도 나오는 나름 “공인된” 매너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지옥 같다는 9호선의 특성상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비공식적인 것들이다.


물론 출퇴근도 힘든 마당에 이러한 것들까지 예민하게 지켜야 하느냐고,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빌런의 공격에 당하는 사람도 출퇴근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출퇴근도 힘든 마당에 빌런들의 “비매너”를 당하면 짜증이 난다. (물론 짜증이 나더라도, 대부분은 평온한 표정이기는 하다-지난글 : 9호선의 고행자들)



머리카락 싸대기 빌런

막장 드라마에 김치 싸대기가 있다면 9호선에는 머리카락 싸대기가 있다. 긴 머리의 여자들이 본의 아니게 옆이나 뒤에 있던 사람들의 싸대기(!)를 머리카락으로 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진짜 기분이 나쁘다.

뭐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홱 돌리다가 실수로 그러는 것이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더 기분 나쁜 건 찰랑하며 머리카락을 “찰랑”하고 등 뒤로 넘기다가 머리카락 싸대기를 치는 경우이다.

바로 이거!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9호선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머리카락에는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자기 머리카락이 누군가를 때렸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든가. ) 참고로 아침에 머리도 제대로 안 말리고 왔는지 젖은 머리카락에 싸대기를 맞아봤는데, 정말 기분이 나빴다.


쇼핑백 빌런

쇼핑백은 비닐봉지와 다르다. 무엇이 다르냐 하냐면 모서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 모서리가 자꾸 나의 맨다리를 찌른다. 좁아서 어쩔 수 없는 것을 알아서, 9호선 동지애를 발휘해 참아 보려고 했지만 너무 아팠다. 고오급 쇼핑백이어서 종이도 두껍고 정말 아팠다. 힘들더라도 쇼핑백은 안고 타거나, 모서리 조정(?)을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손잡이 꿀밤 빌런

9호선에서는 생각보다 딱밤을 많이 맞는다. 무엇에 맞느냐고 하면, 손잡이에 맞는다. 요즈음 9호선 손잡이는 키가 작은 사람도 잡을 수 있도록 높이가 다르게 되어 있다.

이렇게 두 종류의 손잡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163cm의 평범한 사람도 가끔 저 손잡이에 머리를 얻어맞는다. 지하철이 커브를 돌거나 정차하고 이럴 때 맞는 꿀밤은 아프지 않다. 문제는 누군가가 지금까지 쭈욱 끌어당겨 잡고 있던 손잡이를 갑자기 "탕" 하고 놓아 버렸을 때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단진자 운동


그림에서처럼 각도(θ)가 커질수록 힘의 세기가 세 진다. 보통은 손잡이를 저렇게 잡아당길 일이 없겠지만, 손잡이 하나가 아쉬운 9호선에서는 손잡이를 당기는 것은 예사다.  그러므로 손잡이를 놓을 때에는, 다소곳이 놓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최소한 세게 맞지는 않는다.


다리꼬기 빌런

사실 모든 빌런 중에 제일로 짜증 나는 것은 다리 꼰 사람이다. 이 것은 짜증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나 할까? 마치 한 명이라도 더 타야 하는 타이타닉 구명보트에 "전 누워있는 게 편해서요" 하면서 누워서 타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아전 글에서 썼던 것처럼 한 뼘 공간이 아쉬운 곳이 9호선이다.


세 번째로 써먹는 그림



진짜 이 정도로 한 뼘 공간이 아쉽기 때문에, 매너가 있으신 분들은 엉덩이를 등받이에 딱 붙여 앉는다. 서서 힘들게 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간을 더 주기 위해서이다.


물론, 군대도 아니고 직각으로 앉아가다 보면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고생하는 사람(=서서 가는 사람)을 배려해 주기 위해서, 조금은 불편하게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다리를 꼬고! 앞에 공간을 한껏 차지하면서! 가끔은 발로 서 있는 사람을 차면서! 가는 사람이 (진짜 못 믿겠지만) 존재 한다!


참고로 나는 9호선 지옥철에서 다리 꼬는 사람을 보았을 때 소시오패스는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였다. 다리 좀 꼬았다고 소시오패스씩이나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저정도로 공감 능력이 없다면 진짜 소시오패스는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물론, 옆에 있는 아저씨가 다리 꼬지 말라는 호통을 쳐서 다리를 풀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9호선 매너이자, 내가 겪었던 9호선 빌런이다. 물론 더 심한 사람도 있었다. 뻔히 줄을 서 있는데 당당하게 새치기를 해서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에베레스트는 등반할만한 백팩을 메고 타서는 하도 움직이는 통에 주위 사람을 볼링핀처럼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꼭 9호선이 아니라도 지켜야 할 매너이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지옥같은 9호선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힘든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것은 누구든지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약간 편하게 가기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그 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수미쌍관으로 한번 더 적자면


마너 마잌스 만


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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