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왜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요?"
만난 지 4일 만의 첫 질문이다.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보기 시작한 A는 초등학교 6학년인 남학생이다. 후드 티 모자를 덮어쓴 채 수업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동자는 멍하게 바닥으로 향한다. 밤을 새우며 게임하는 탓에 약물 치료를 하던 중 만났다.
학원에 적응하지 못해 자주 옮겨 다녔다고 한다. 학원마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한다, 계속 잠만 잔다.’라는 피드백을 들은 부모님은 그제야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제 하며 공부하는 것으로 믿었던 아이가 밤새 게임만 한 것이다.
야단을 치고 다그쳐도 되지 않아 병원 상담 후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지만 스스로 학습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곧 중학교에 가는 상황에 초등 3학년 수학 과정의 개념부터 부족하다. 즉 코로나19 시작 때부터 학습 부진이 시작되었다.
이란성 쌍둥이로 4분 누나와 비교 받는다고 생각한 A는 게임하며 느끼는 성취감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고 있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A를 멈추기 위해 컴퓨터를 거실로 옮겼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밤새 이불을 덮어쓴 채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다. A가 코로나에 걸려 줌으로 코칭을 진행할 때였다. 자신의 방에서 불을 켜지 않고 후드 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에 번쩍거리는 불빛으로 게임을 동시에 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A의 첫 질문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 아이와 코칭을 하며 김유강의 '마음 여행'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A가 자신의 마음을 찾아 채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슴에 구멍이 난 주인공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 모습이 자기 모습 같다며 히죽 웃다가 시무룩해졌다. 구멍 난 그곳을 게임으로 채우고 있다고 하는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게임의 어떤 점이 좋아서 가슴에 채운 거야?
게임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가서 좋다고 한다. 그만큼 재미있는 것이다. 그 재미는 이기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기면 받게 되는 보상에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레벨 업과 상금 그리고 마구 터지는 폭죽과 축하 멘트는 A를 충만하게 했다. 만약 진다면 이겼을 때의 충만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게임 한다. 이렇게 무한 반복하며 매일 밤을 보낸다.
자신의 노력에 바로 보상을 해주는 게임을 통해 ‘인정’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A 학생: 이기면 완전 기분 좋아요! 나만 최고가 되잖아요! 누구도 나를 넘을 수 없어요! 너무 신나요!
선생님: 게임하는 시간은 네만이 최고가 되는 순간이구나. 그래서 게임이 좋은 거구나!
A 학생: 네, 그래서 게임을 하면 막 에너지가 넘쳐요!
게임을 하며 받는 보상과 성취감을 통해 ‘잘하는 나’ 그래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나’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는 게임이라는 최선을 선택하여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A가 게임을 하게 된 진짜 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이의 부모님은 이러한 상황을 처음에는 수용하지 못하셨다.
"그 애가 칭찬 한마디에 변하겠어요? 뭘 잘하는 구석이 있어야 칭찬이든 지지든 하지요"
"아버님,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시는 만큼 아버님도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는 자신 안에 있는 힘을 느낄 때 생깁니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아세요? 부모님의 인정과 격려의 말 한마디에서 한 방울 한 방울 쌓입니다. 그런 한 방울이 모여서 한 모금의 힘이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주셔야 하는지 아시겠어요?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힘이 생깁니다. 과정을 보시고 기특하게 여겨 주세요.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아이는 부모님에게 채우지 못한 인정과 칭찬을 게임으로 대체하다 과의존이 되었습니다.
지금 아버님의 한마디의 칭찬과 인정이 아이 변화의 첫 한 방울의 힘이 되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A 학생이 애쓰고 있는 마음보다 예전과 다름없는 듯한 행동을 더 크게 보고 반응하셨다. 지지와 격려로 함께 하는 부모의 변화와 노력 없이 아이 스스로 변화되길 원하셨다. 그것이 가능할까?
인간중심 상담 이론의 칼 로저스는 어두운 지하 창고에 담아 둔 감자가 작은 창으로 들어온 가느다란 빛을 향해 고개를 내밀어 싹을 틔운 것을 보고, 자기실현 경향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충분히 수용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기실현을 촉진한다.’
그림책과 함께 하는 코칭이 A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과 열매까지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 A 학생의 선택과 행동 뒤에 있는 진짜 마음(긍정 의도)을 알아주고 인정하는 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게임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피드백이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인간은 자아가 있다. 그 자아는 내가 만들어 내는 행동이 이 세상에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의미가 존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 자아가 무엇인가에 집중하게 하고 행동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피드백이다.”
즉 A 학생의 선택과 행동에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게임이다. 그 피드백을 부모님과 교사 또는 가까운 친구가 해준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2022년 과학 기술 정보 통신부와 한국 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현대 사회의 디지털 환경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대면 접촉의 제한적인 학습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학습의 영향으로 학습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환경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필요하다.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에는 과의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정적 수치심에서 벗어나 긍정적 마음을 키울 수 있는 환경(문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모임에 있느냐에 좌우된다. 긍정적 수치심 주는 모임에 있으면서 솔직해지면 응원과 공감을 받는다. 그런 분위기에서 유대감이 강화된다. 친근한 관계는 중독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스마트폰 과의존하게 된 아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의존의 결과를 만든 과정과 상황이 문제이다. 아이들이 과의존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알고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근한 관계가 필요하다. 먼저 지금 나의 마음을 인식하며 ‘나’ 자신과 친근해야 한다. 나 자신과 친근함은 지금 나의 감정과 생각을 인식하여 ‘마음 상태’를 조절할 수 있음이다. 마음을 인식하면 나와 문제를 구분하여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아이’는 지지와 격려의 친근한 관계 문화 속의 질문 대화를 통해 자기 인식을 하게 되고 자기조절의 힘을 발휘하여 책임감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학술 논문을 통해서도 친근한 관계가 스마트 폰 과의존의 감소에 영향을 줌을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이 부모의 양육 태도를 애정적, 합리적으로 지각할수록 청소년의 스마트 폰 의존 가능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노충래, 김소연, 2016)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경우는 가족과 함께 외식하거나 여행할 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는 친근한 관계 속에 있을 때 안전감과 충만함을 느낀다. 이는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돌봄과 수용이 필요하며 함께 함으로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3년간의 코로나 시절, 독립된 공간이 유일한 안전함 이였음에도 ’줌’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끊임없는 소통으로 함께한 우리였다. 그러한 친근한 관계의 끈이 그 3년을 잘 버티게 한 힘의 일부일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겐 친근한 문화 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분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 그 분별과 선택은 코칭 대화의 질문을 통해 도울 수 있다.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 있는 생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친근한 문화 속에서 잘 지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