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대를 꿈꾼다_주체적인 삶
“‘좋아요’가 없으면 제 가치가 떨어지는 거잖아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E를 만났다. 밝고 유쾌하며 의사 표현이 명확하다.
스마트 폰으로 틱톡과 SNS를 주로 사용하면서 부모님과 갈등이 생긴다. 자신이 춤추는 영상에 남겨지는 ‘좋아요’의 피드백을 보면 유명인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연예인이 꿈이 되었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끼를 보여 주는 연습을 하기 위해 틱톡을 활용한다. 학교나 센터에서는 친구들이 영상을 찍어준다. 집에서 혼자 늦은 시간까지 영상을 찍다 보면 부모님에게 혼나며 갈등이 생긴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거의 늦은 시간에 귀가 하신다. 그래서 하교 후 남동생을 챙겨서 학원과 센터에 간다. 저녁까지 챙겨서 먹을 때가 많다. 부모님은 '네가 누나이니 동생을 잘 챙겨야 한다.'라고 당부하신다. 그런 부모님이 스마트 폰을 하는 자신에게 잔소리하시면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은 날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SNS나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자신의 일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으로 스마트 폰을 들어 올린다.
선생님: 틱톡으로 영상을 찍는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어?
E 학생: 틱톡을 하면 많은 사람이 저의 춤을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람의 반응도 바로 받고, '좋아요'가 많은 날은 TV 프로그램에서 1등 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아요.
선생님: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잘했다 인정받는 것이 좋아서 틱톡을 하는 거구나.
E 학생: 네, 저는 사람들이 저에게 주목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제가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들떠요.
선생님: 그럼, 틱톡에 ‘좋아요’가 없거나 줄어들면 어때?
E 학생: 아악! 그러면 안 되죠. 저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잖아요!
선생님: 그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좀 더 자세하게 말해 줄 수 있니?
E 학생: 나를 몰라주는 거요. 박수를 쳐주지 않는 것과 같은 거죠. 저는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 그러면 기분이 어떤지 말해 줄 수 있어?
E학생: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재미있는 것도 없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선생님: 그렇구나. ‘좋아요’의 반응이 우리 E 에겐 엄청난 환호성이구나.
E 학생: 네, 맞아요. 시험을 못 보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좋아요’가 많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져요.
선생님: 그럼 틱톡의 반응 말고 우리 E 에게 힘과 격려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말해 줄 수 있어?
E 학생: 음…. 친구들이 잘한다고 할 때, 친구들을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아! 친구들이 말다툼할 때 제가 거의 해결해 줘요. 그럴 때도 기분이 좋고 힘이 나요.
선생님: 오~ 주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돌아오는 반응 들이 우리 E 에겐 힘이 되는구나.
친구들의 다툼은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말해 줄 수 있니?
E 학생: 네. 그거야 싸우는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봐요. 그리고 주변에서 함께 보고 있었던 아이들 얘기도 들어보고 너는 이러이러해서 잘 못 했고, 너는 이러이러하면 되겠네. 이렇게요.
선생님: 이야! 훌륭한데! 거의 변호사 같은데?
E 학생: 맞아요. 그래서 저 예전엔 변호사 되는 것이 꿈 이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제 실력으론 어림도 없데요.
선생님: 그래? 변호사가 꿈 이였어? 변호사가 꿈이 된 건 어떤 이유일까?
E 학생: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뿌듯하잖아요. 저는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변호사가 되려고 했는데 연예인으로 바꿨어요.
연예인이 되어도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잖아요.
선생님: 그러고 보니 우리 E는 진짜 말을 조리 있게 전달을 잘하네.
친구들의 말을 잘 듣고 상황을 잘 이해해서 문제 해결해주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구나.
그런데 엄마의 반응으로 꿈을 바꾼 거야?
E 학생: 네. 변호사는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솔직히 전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아서요.
엄마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 우리 E는 어때? 넌 무엇을 하고 싶어? 넌 무엇을 더 잘하는 것 같아?“
E 학생: 음…. 저는 솔직히 도와줄 때가 더 기분이 좋아요.
춤을 추고 받는 즐거움보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느끼는 뿌듯함이 더 오래 가고 기뻐요.
그리고 계속 기억하게 돼요. 그래서 변호사가 되고 싶긴 해요.
선생님: 아! 그래! E는 누군가를 도와 줄 때의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구나!
누군가를 도와주고 찾아오는 기쁨은 자신에 대한 뿌듯함에서 출발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감탄과 감동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이러한 경험이 많으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는 자신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을 타인에게 두며 주체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과 형제 의사인 양재진과 양재웅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말했다.
“인간이 관심받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이것이 너무 심해지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의 관심 성향이 좀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잘 지나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관심 성향이 무엇으로 인해 커지게 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E는 동생을 챙기며 부모님에게 고마움의 표현이나 칭찬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누나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E도 초등학생이다. 하교 후 동생을 챙기며 생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짜증 나고 힘들 때도 있다. 친구들과의 놀이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더욱 화가 난다. 그러한 자신의 희생과 도움에 대한 부모님의 칭찬과 고마움의 표현이 필요했다.
E는 틱톡의 ‘좋아요’를 통해서 자신의 애씀에 대한 인정과 관심을 채우려 했다.
감사하게도 E는 타인에게 도움을 줌으로 인해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그 기쁨이 오래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경험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E의 주체적인 생활의 균형을 도와 주기 위해 ‘나뿌감일기’를 쓰는 미션을 주었다. 하루 중 자신에게 뿌듯한 감동을 느낀 내용이나 상황을 기록하는 일기이다.
기분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냐를 생각해야 한다. 내 기분을 타인에 의해 결정하지 말고 스스로 기분을 결정하여 인생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는 어느 중심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타인 중심으로 기울었는지. 주제적인 나 중심으로 기울었는지 아이의 감정과 표현을 살펴보고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고 해내는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충분한 고마움과 칭찬과 격려를 해 주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100점을 받으면 새로운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바라고 열심히 했지만, 그보다 최선의 성실과 노력을 한 자신을 먼저 뿌듯해 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설사 그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한 자신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스마트 폰이나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한 신뢰에 의존할 수 있는 아이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