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카치 (2017년 12월)

라파즈, 볼리비아

by 한서


준이 떠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매일 아침과 저녁, 우리는 WhatsApp으로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마치 하루의 일기를 교환하듯, 그는 출근 전 고요한 숙소에서, 나는 퇴근 후 어둑해진 집에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한서 박 (20:30, 12월 17일)
- 오늘은 마을 회관에서 아이들 방과후 수업을 하러 갔어. 아직도 얼굴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좀 낯설었어.
준 아마노 (20:46, 12월 17일)
- 나는 오늘 팀 회의에서 발표했어. 너가 어제 봐준 대본대로 잘 말했어. 고마워.


우리는 각자의 풍경과 감정을 공유했다. 준은 거의 매일 사마이파타의 푸른 언덕과 낯선 거리 사진을 보냈고, 나는 하얗게 빛나는 라파스의 하늘과 시장에서 본 알록달록한 직물을 보냈다. 가끔은 “오늘은 좀 지쳤어.” 같은 짧은 문장만 오갔지만, 그런 날조차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준의 메시지가 하루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퇴근할 시간인 오후 2시즈음 출근을 했고, 내가 잠에 들 시간에야 퇴근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엇갈렸다. 그래서 이해하려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쁘겠지. 언어도, 사람도, 업무도 모두 낯설 테니까, 많이 피곤하겠지... 나는 말을 아끼고, 짧은 응원을 전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이 조금씩 시들어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하루, 이틀이 지나도 답이 없을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때면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며 괜찮은 척했다. 답장이 오면 다행이라 생각했고, 오지 않으면 자꾸 핑계를 만들었다.

‘전파가 안 터지겠지.’
‘일이 많이 늦게 끝났겠지.’
‘너무 피곤해서 깜빡한 거겠지.’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상함이 남았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누군가 “잘 다녀왔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욕심이었을까. 준은 사마이파타에서, 나는 라파스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었지만, 그 간극은 점점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 일주일이 흘러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해가 바뀌는 12월 31일엔 그에게로부터 하늘로 높이 쏘아올려지는 폭죽 영상과 사진을 여러장 받았고, 그는 “미안, 요즘 조금 정신이 없었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사실, 언젠가부터 그가 오랜만에 보내는 메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따가 다시 쓸게.”라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 ‘이따가’는 오랜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메시지 창을 열어 마지막으로 보낸 시간을 확인하고, 그 이후로 얼마나 흘렀는지 손가락으로 세어보는 일이 늘어났다. 그런 날이면 조용히 공책을 꺼내, 그에게 쓰지 못한 메시지를 일기처럼 써내려갔다. 그건 그를 위한 일이자, 나를 붙들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그를 원망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서운함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요즘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그냥… 문득 너의 하루가 궁금해서 연락했어.”

그는 그 메시지에 읽음 표시만 남겼고, 그 이후 며칠 동안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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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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