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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8화

8. 질투라는 감옥

by 은수달 Mar 20. 2025


우리는 질투라는 감정의 양면성에 착안하여 어떻게든 이것을 잘 길들여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야마모토 케이, <질투라는 감옥>




"보지 마. 지금 저 남자 몸 보는 거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에프킬라가 티라미수의 눈앞을 양손으로 가리며 물었다.


"보이는데 어떻게 안 봐? 그리고 저런 남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별로야."

"정말? 그럼 난 어떤데?"

"귀엽지."

"그게 다야?"

"어떤 대답을 원해?"


또 시작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묻는 그와 그가 원하는 대답을 쉽게 해주지 않는 그녀 사이의 기싸움이.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면 연인 사이의 싸움은 '도끼로 허공 찍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질투심이 강하고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에프킬라와 달리 티라미수는 좀처럼 질투를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같이 길을 걷다가 그가 다른 여자한테 시선을 빼앗겨도 그러려니 했다.


"스쳐 지나갔는데 어떻게 그게 다 보여? 신기하다. 담엔 나도 같이 보자."


방금 지나간 여자의 몸매부터 옷차림, 표정까지 봤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짝이 있더라도 쉽게 거둘 수 없다. 남자는 시각에 약한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 척할 뿐.


"저는 남자 얼굴 봐요. 다른 건 안 봐요."

"정말요? 그럼 직업이나 학벌, 성격도 상관없어요?"

"일단 얼굴이 내 마음에 들어야 다른 것도 보이죠."


지나치게 솔직한 걸까. 아니면 외모지상주의에 길들여진 걸까. 외모가 무기가 되고, 자산이 되고, 때론 약점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에프킬라와 티라미수의 외모는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그녀의 외모보단 지적인 분위기와 리더십 있는 성격에 끌렸고, 그녀 역시 그의 스타일과 태도에 끌렸다. 그리고 적어도 한눈팔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경험 아님 감으로?"

"감이 틀릴 수도 있잖아."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나의 예감은 99프로 적중했어. 한눈파는 인간들은 쓸데없이 끼를 부리거나 특유의 분위기가 있거든."


"만일 내가 바람피운다면 금방 눈치채겠네?"

"당연하지."

"아닙니다. 저는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고 사랑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보면서 그는 주먹에 힘을 준 채 씩씩하게 외쳤다. 그리고 이번 생에 마지막 사랑은 그녀여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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