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경 Aug 17. 2023

윤하나2

 깨어난 윤하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두 손을 맞잡은 채로 침대맡에 서서 기도하는 오정규의 모습이었다. 윤하나는 오정규의 얼굴에 방금 자신이 걷어 올린 환희의 빛이 스미는 순간을 보았다. 앞으로 생이 얼마나 남았든지 간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당신 심장이 멈췄었어.


   오정규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있었다. 윤하나는 오정규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뜨거운 것이 눈시울과 목구멍에 차올랐다. 


   잠시 뒤 수술을 집도한 백 교수가 윤하나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내려왔다. 그는 에크모의 역할을 설명한 뒤 다 좋네요, 하고 병실을 나서려다가 몸을 돌려 유난히 까다로운 수술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역으로 그런 수술을 또 하라고 하면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고도 했다. 알아 달라기보단 알고 있으라는 투에 가까웠다. 오정규는 거듭 감사하며 병실 밖까지 그를 배웅했다. 병실에 홀로 남겨진 윤하나는 대퇴부에 박힌 거대한 관을 통해 순환하는 검붉은 피와 심장 대신 피를 데우고 산소를 주입하는 에크모를 경이로운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투명한 큐브 형태의 기계를 보는 순간 마른 입술 사이로 절로 아멘이 새어 나왔다. 신성(神性)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전능한 신의 또 다른 형상이었다. 윤하나는 그걸 알아볼 수 있었다. 


   오, 하느님 아버지……. 


   오정규가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윤하나는 울고 있었다. 뜨겁게, 뜨겁게. 오정규는 그 눈물이 생리적인 눈물이 아님을 알아차리고는 윤하나의 손을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두 달 뒤 윤하나는 에크모를 떼고 퇴원 절차를 밟았다. 심장이 멈춘 채로 실려 들어온 병원 문턱을 제 발로 걸어 나가게 된 것이다. 퇴원 당일 윤하나와 오정규 부부는 감사의 뜻을 담아 백 교수에게 아이스박스를 건넸다. 그런 걸 함부로 주고받는 시대가 지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래야만 했다. 아이스박스에 든 것은 오정규가 키운 것 중 가장 크고 좋은 것이었다. 매일 새벽 양어장을 뒤지고 또 뒤져서 고른 놈이었다. 거듭 손사래 치는 백 교수에게 반강제로 아이스박스를 떠넘기고서야 그들 부부는 후련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

   윤하나는 청명한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담뿍 받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이제 세상의 이치에 그 어떤 의구심도 느끼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이자 그분의 의지였다. 윤하나는 창세기의 유명한 구절을 속으로 되뇌며 힘차게 발을 뻗었다.


   아브라함아,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이전 01화 윤하나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