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수많은 괴담들이 존재한다. 당신이 그 이야기를 믿고 있던, 믿고 있지 않던 그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 괴담들 중의 하나이다.
돌고래 다리 클럽.
당신은 언제인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조차 모르지만, 어느 순간 '돌고래 다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것은 당신의 친구가 지나는 말로 떠든 것을 잘못 듣게 된 경우일 수도 있고, 돌고래에 대한 영화나 다큐를 보다가 문득 당신 스스로 떠올려 버린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왔는지와는 상관없이, 그때부터 당신의 머릿속에는 돌고래 다리가 걸어다니게 된다.
돌고래 다리 클럽.
이렇게 단순히, 한 단어를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게 뭐야. 돌고래 다리라니? 돌고래에겐 다리가 없어.", 라고 당신은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존재한다.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는 회색빛 매끈한 피부의 돌고래가 걸어 다니고 있지 않은가? 이것으로 돌고래 다리는 당신의 삶 속으로 끼어들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돌고래 다리와 함께이다. 그리고 당신은 오늘 하루를 생활하며 당신이 예측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불현듯 돌고래 다리의 방문을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순간일 수도 있고, 친구와 늦은 점심을 먹고 느긋이 소파에 기대 있는 순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아니요. 오늘 그런 적 없는데요.", 라고 대답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 돌아다닌다.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다음 날, 다음 달, 혹은 몇 년 후. 그것은 문득 당신의 머릿속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당신은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묻는다.
"당신은 돌고래 다리에 대해 상상하신 적이 있나요?"
"네. 많이는 아니고요 한 두어 번쯤. 그런데 지금은 잊었어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당신은 솔직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은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는 돌고래 다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자는 조용히 당신에게 묻는다.
"그것이 떠올랐던 시기와 상황, 구체적인 모습까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여기까지 온 당신은 매우 불쾌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당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와 경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돌고래 다리는 돌고래 다리를 상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다른 사람의 것과 동일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돌고래 다리가 아니게 된다. 따라서 돌고래 다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이 낯선 남자의 요구에 당신이 불쾌해지는 이유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가 그것을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나요?"
남자가 말한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돌고래 다리가 돌아다닙니다. 그 많은 돌고래 다리 중, 하나라도 타인의 것과 동일한 것이 발견된다면 세상엔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겁니다. 그 엉킴을 푸는 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근거는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17세기에서 19세기 초 인류는 고래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대규모 포경사업을 시작합니다. 고래 기름은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램프와 가로등, 심지어는 등대의 불빛을 밝히는 데에도 사용되었죠. 테슬라와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고래라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인류의 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포경회사들은 더 많은 고래를 포획하기 위해 고래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싶어 했지요. 그들은 고래의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고래의 무의식을 해석하는 작업이었죠."
남자가 말을 잇는다.
"포경회사가 이룬 수 세기간의 업적은 백열전구의 상용화로 사장될 위기에 처합니다. 다행히 에디슨이 그들의 연구에 주목했죠. 그는 생명체의 의식 역시 전기 신호의 일종이라고 믿었습니다. 제너럴일렉트로닉은 고래의 언어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축음기가 발명됩니다. 음향을 전기 신호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술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1986년,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고래의 언어를 해석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것이 '앨리스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앨리스 프로젝트요?"
"네, 초기에는 고래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지만, 그 연구를 이어받은 연구자들은 최종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었어요. 그것이 인간 의식 구조를 재현하려는 첫 시도였죠. 앨리스 프로젝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사람들간의 대화를 낱낱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면서요. 그리고 그 기록들을 모두 데이터화 했죠. 객체 하나당 하나의 앨리스. 이것이 앨리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지켜 왔던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최근, 이 원칙에 위배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러 객체에게서 동일한 이미지가 동시에 발생 되고 있는 겁니다. 그게 위기죠."
"어째서죠?"
"인간은 데이터의 집합체입니다. 모두 연결되어 있고요. 하나의 파동이 발생하면 그 영향은 모두에게 미칩니다. 특히 앨리스처럼 거대한 데이터 저장 체계라면요."
"나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데요?"
"당신도 인터넷을 하지 않나요?" 당신은 더이상 부정할 수 없다.
남자가 말한다.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돌고래 다리 클럽으로 초대된 것이다.
*
돌고래 다리에 대해 상상하지 말라.
한번 떠오른 이미지는 잊으려 해도 떠오를 것이고, 설명하려 해도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 한두 번 정도는 그 이미지를 상상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세 번째 그 이미지를 떠올리는 순간, 당신은 기어코 발신 불명의 전화를 받게 된다. 낯선 남자의 음성이 당신의 수화기로 전달된다.
"당신은 돌고래 다리 클럽으로 초대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돌고래 다리 클럽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길고 어리석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 활동이 끝난 후, 문장을 조금씩 손보며 여기저기 글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채널에 작품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피아나 시리즈 같은 웹소설 장르의 문턱을 넘기는 역시 쉽지 않네요. 욕심내서, 오래전부터 별러왔던 오디오 북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ai로 녹음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역시 사람의 목소리만큼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네요. 썼던 글을 열심히 읽고 듣고 여러사람에게 보여주며 조금씩 문장을 다듬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제 유튜브 채널에 놀러오셔서 앞으로 발행 예정인 돌고래 다리 클럽의 오디오북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작가님이 하셨던 말씀인데, 내 글 좋아병에 걸렸다가 내 글 싫어병에 걸리는 게 창작자의 운영이라고 하죠?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제 글과 서서히 멀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더운 여름 작가님들 모두 더위 조심하시구요, 앞으로 왕왕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 유튜브 링크입니다.
유튜브 채널명은 빈자루입니다 ㅋ
구글 검색창에 돌고래 다리 클럽을 검색하셔도 제 동영상 말고는 안나오더라구요 ㅋㅋ
검색어 최적화 뭐 이런데에는 정말 젬병인 것 같아요, 다들 건강하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