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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예쁘게 나질 않아." 제이가 말했다.
"소리가 다 똑같지, 무슨 소리가 예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제이에게 물었다.
"다 똑같은 소리가 아니라고. 한음, 한음.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그녀는 이거 보라는 듯 기타의 F와 G코드를 두 번씩 건드렸다. F와 G의 코드가 F와 G의 간격만큼 강의실 내부의 공기를 흔들었다. F코드는 F만큼 창문을 흔들었고, G코드는 G만큼 달팽이관을 타고 청신경을 자극했다.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내 선에서는.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했었다. 브로콜리를 사러 나갈 때 내 슬리퍼가 없으면 그녀의 것을 신었고, 가방에 물건을 정리할 때, 그녀의 것이 작으면 내 가방에 그녀의 소지품들을 쓸어 담았다. 우리는 함께 눈을 뜨고, 함께 눈을 감았다. 4년이라는 시간. 짧진 않았지만 영원하지도 않았다. 눈을 뜨고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입속에 칫솔을 구겨 넣었다. 가방을 싸고 스니커즈를 구겨 신고 집을 나왔다.
그녀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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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표를 정리하는 회사에 들어갔다. A는 B, B는 C. 따라서 A는 B를 따라 C에 연결된다. 어렵진 않았다. A와 B를 C에 연결하고 한 달 동안 C를 다시 Z까지 연결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다시 A를 B에 연결한다. 복잡하진 않았다. 다만, F를 G에 연결해야 할 때마다 바닥이 살짝 올라오는 것을 느꼈을 뿐.
내가 하는 일은 사건을 정리하는 일이다. 세상엔 수만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부탁부터, 길 잃은 치매 노인을 찾아달라는 의뢰,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미행해 달라는 청부까지,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 사건이 우리 회사로 접수됐다. A가 B에서 C로 연결되지 않을 때, 우리 회사는 그것을 사고라고 불렀다.
쥐가 말했다. "젠장. 빌어먹은 사고 따위.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그가 내려놓은 머그잔에서 라이트 로스트 아메리카노의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be happy. 머그잔에는 노란색 스마일 표시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 세상은 엉망이야. 그런데 그건 원래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곤 머그잔을 돌려놓았다. 커피는 식고 있었고, 쥐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둘 중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쥐가 말했다. "그거 알아? 누가 요즘 자꾸 내 꿈에 전화를 걸어."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쥐가 말을 이었다. "벨 소리가 들리면 깨. 그런데 이상한 건 눈을 떠도 벨이 계속 울려."
나는 손가락으로 머그잔을 돌려 놓았다. 커피잔 표면에 묵직한 막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건 진짜 전화벨이 울렸던 거겠지."
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가고, 건너편 우체국 간판이 흔들렸다. 쥐가 다시 머그잔을 돌려놓은 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오크 상판의 책상을 타고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내가 수화기를 들었다. 디지털 시계에서 12 : 23 이라는 숫자가 깜박이고 있었다.
"예. 크래시 앤 레코딩입니다. 지금부터 의뢰하시는 일은 자동으로 녹음되며,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수임료는 법에 정해진 요율을 따르지만, 조정이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말씀하십시오."
수화기 너머에서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오래된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예, 행불자 조사 의뢰입니다. 대상자는 20대 초반. 귀라는 여성입니다. 키는 165. 갸름한 얼굴. 이목구비는 또렷한 편입니다. 행불 일자는 한 달 전... 정확하게는 지난달 20일 새벽 한 시경입니다. 사라진 위치는 클로버 가입니다. 전화를 받고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나간 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의뢰하시는 분과의 관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 말씀 안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건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런 게 조사에 영향을 미치진 않으니까요."
나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볼펜 하나를 꺼내 통화내용을 메모했다. 볼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났다.
- 2025년 6월 25일, 12시 26분 사고 접수. 사건 코드 F-21, 행불자 조사. 대상자 넘버 27, 젊은 여성. 이름은 귀. 사라진 시간은 25년 5월 12일 새벽 1시경. 장소는 클로버 가. 발신불명의 전화 수신 후 실종.
"혹시 추적에 단서가 될 만한 사진이나, 사라진 이유, 의뢰인의 주소지나 친구 관계 같은 정보가 있으면 전송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직접 방문해 전달 드리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에 뵙죠."
달칵.
전화가 끊어졌다. 시계를 봤다.
- 약속 시간 25일 오후 네 시. 행불자 추적 의뢰인 접선. 장소는 클로버가 인근의 주점. 스핀들 바. 의뢰인 미상.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쥐가 말했다.
"그 남자는 오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쥐가 머그잔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왜 자꾸 사라지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 역시 원래 그런 거니까.
<오디오북을 녹음하는 일이 생각했던 것 만큼 쉬운 일은 아니네요. 읽다가 자꾸 틀리게 읽고 버벅여요 ㅋㅋ 초등학생 때 이후로 글을 소리내서 읽는 걸 많이 안해본 것 같아요 ㅋ.
열심히 독서실에서 새벽부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녹음이 다 되어갈 즈음에 예쁘고 어린 남녀 고등학생 커플이 독서실로 들어오네요.
저도 한때는 저렇게 어리고 예뻤었는데. 부럽다 녀석들.
저만 독서실에서 나가면 둘이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꽁냥꽁냥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군요.
다들,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좋아하는 사람 옆에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때.
아저씨는 많이 누렸으니, 세상에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은 너희가 이제 다 누리거라. 이제 세상은 너희들 차지다~
오늘은 날이 어제만큼 덥거나 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갈 문우님들을 찾아왔었는데,
이곳에서 그런 문우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너무나 설레이고 소중한 하루하루입니다.
마치 연애를 처음 시작하던 고등학생 때의 저처럼요.
그럼, 오늘도 연애하는 하루 되십시요. 유튜브 들러주셔서 들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계속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 작업이 생각보다 더디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안녕~~ >
구글 검색창에 "돌고래 다리 클럽"을 입력하세요.
아래는 유튜브 링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