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o Feb 17. 2023

기차역에서 잃어버린 헤밍웨이의 원고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리고 사진을 찍었을리는 없겠죠. 달리2로 그려봤어요.


저는 헤밍웨이를 잘 몰랐습니다. 가십이라고 해야 할까요? 싸움, 사냥, 낚시, 투우 뭐 그런 거 좋아한다는 정도. 그러니까 마초같은 남자고 글도 그렇다더라 정도.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일거고, ‘팝니다. 안 신은 꼬까신.’인가 하는 글하고 기차역에 원고를 분실했다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2년간 써온 원고를 사랑하는 사람이 잃어버린다면?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과 에세이만큼 마초적인 삶과 함께 드라마틱한 일화들로도 유명합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아시나요? 파리 특파원으로 아내와 함께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 살면서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2년간 써 나간 원고를 그의 아내가 기차역에서 잃어버립니다. 스위스에서 유명한 출판 편집인과 헤밍웨이가 만났다는 전보를 받고 남편의 작품을 보여주려고 가지고 나왔다가 파리의 리옹역에서 잃어버린 것 입니다.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철저히 파괴된 경험

헤밍웨이는 분노, 실망, 좌절을 느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을 잃어버립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아내가 원고를 잃어버리기 전에 이미 자비로 출판하기로 한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가 몇 달 뒤(1923)에 출간되었고,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를 묶은 <우리 시대에 in our time>가 그 다음해(1924)에 출간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모두 포기하고 무너져 내리려고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로 헤밍웨이는 다시 글을  용기를 냅니다.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에 있던 단편 세 편에 새로 쓴 12편의 단편을 더하고,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의 짧은 장면묘사 스케치 6개에 새로 쓴 10개의 스케치를 묶어서 동명이지만 대문자인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을 1년 뒤(1925)에 출간합니다. 이 단편집은 원고를 잃어버린 좌절을 맞본지 햇수로는 3년, 거의 2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다시 써나간 파괴되었지만 패배하지 않은 그의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이전 01화 전공은 아니지만, 번역을 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