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기사를 쓸 때 반드시 담겨야 할 여섯 가지 기본요소. 그건 알겠는데, 어떤 순서가 더 자연스러울까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 같은데, 순서까지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게 문장을 이루는 기본 순서는 아닐 텐데, 이게 번역을 하려니 내 발목을 잡게 되네요. 좀 더 범위가 큰 것이 앞에 나오는 게 맞다면 어디에서 무엇을이 맞을 것이고, 목적어가 중요하면 무엇을 어디에서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둘 다 맞는 것 같으면서 틀린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 군데를 고치면 다른 곳이 이상해보이는 성형의 세계 같습니다. 되도록 헤밍웨이가 강조하려고 쓴 그 순서를 살리기로 했습니다.
At the lake shore there was another rowboat drawn up.
호숫가에 또 다른 노 젓는 배가 대여 있었다.
<우리 시대에>의 첫 번째 단편인 <인디언 캠프>를 여는 첫 문장부터 고민입니다. 자연스럽게 '배가 호숫가에 대여 있었다.'로 하고 싶었다면, 분명 At the lake가 뒤에 있었겠죠. 헤밍웨이가 독자에게 먼저 호숫가를 상상하게 하고 그다음에 노 젓는 배 두 개가 모래 위로 올라왔다는 것을 상상하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