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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집사 Jun 14. 2023

#10. 다시 도전할 용기.

시련이지 실패가 아니다.



선택과 집중? 근데 모르겠어요. 솔직히.


유기묘 입양 플랫폼의 데쓰 벨리(Valley of Death)를 넘기 위해 선택했던 반려묘 용품 이커머스 시장.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니 셀 수 없이 많은 플레이어들이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시장에서 파이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본 입장료가 굉장히 비쌌다. 키워드 검색과 SNS 광고는 필수였고, 반려 동물 용품 전시회 참가도 디폴트였다. 게다가 체험단으로 수십 수백 개의 리뷰를 확보하는 ‘인테리어’ 작업을 해두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전문 용어로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낮은 시장이었다.


성장기라고 가정했던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실제로 들어가서 보니 성숙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고민이 됐다.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이 시장의 경쟁에 참가하는 게 맞는 걸까? 커머스의 경쟁에 뛰어들면 주객전도가 될 것이 뻔했고, 그렇다고 커머스를 포기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돌리자니 갈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선택과 집중은 스타트업 행동 강령 제1 원칙이지만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할까?





터널 안에서 외줄 타기


커머스와 플랫폼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던 시기.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탓에 플랫폼도 커머스도 어느 것 하나 공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성과 역시 기대보다 저조했다. 창업 이후 경험한 첫 번째 시련이라고 해야 할까?


둘 중 하나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탓에 초조함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제품 판매 외에 입양에 붙일 수 있는 다른 수익 모델 검증을 해볼 수 있었지만, 첫 시도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다른 수익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서 또다시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두운 터널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마법


빨리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배치 프로그램은 연초에 모집을 해서 이미 운영이 종료된 것들이 많았고 남은 것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들이었으나 마법의 세 단어 - ‘유기’ ‘동물’ ‘입양’ - 덕분에 서류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거절과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좌절감에 휩싸여있던 어느 날, K-Startup에서 우연히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기획한 액셀러레이팅 참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극초기 스타트업 창업 선배들과의 밋업 세션에 VC와의 정기적인 일대일 멘토링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라면 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류 전형, 엘리베이터 스피치, IR 피치까지. 총 3단계에 걸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두뇌 회전 속도가 남다른 젊은이들(?)일 텐데. 그들 사이에서 사회생활만 8년인 상대적 고령자인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 까, 솔직히 걱정도 되고 엄청 떨렸다. 물론 실제 전형 단계에서는 애써 쿨한 척했지만.


결과는? 1차 서류, 2차 엘리베이터 스피치, 마지막 3차 IR 피칭까지. 최종 선발된 7팀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정말 짜릿했다. 무엇보다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며


프로그램의 첫날. 스마트와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예상대로, 나는 최고령자였고 유일한 1인 스타트업이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 가득했다. 스마트 팜, AI, 광고 자동화 솔루션, 메타버스, 반려동물 건강 관리 플랫폼까지. 다양한 주제의 스타트업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두 달 동안 진행될 일대일 멘토링을 위한 VC 매칭 작업이 진행됐다. 정말 운 좋게도 내가 희망하던 VC와 매칭이 됐다.  프로그램 전체 과정에서 함께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디스커션 파트너도 정해졌다.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이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간들이 만나 어떤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게 될까? 그 생각 속에서 과연 내가 찾던 답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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