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고르는 중
처음부터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설계를 제대로 배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가기 위한 짧은 여정이었다.
실제로 많이 배웠다.
모델링의 구조, 부품 간 여유, 금형의 논리…
그동안 평면 위에만 그리던 것들을
이제는 현실의 물성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많이 배운 건
‘사람의 마음’에 대해였던 것 같다.
특히 주 부장.
그는 나를 설계팀으로 부른 사람이었고,
처음엔 ‘버텨라’, ‘적당히 해라’라는 말로
마치 나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나를 ’ 해석’했고,
‘정리‘했고,
결국 내가 누구인지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나로만 기억했다.
그게,
꽤 많이 서운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정리 중이다.
업무도, 감정도, 관계도.
무엇 하나 어설프게 남기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한 장 한 장 덮어가는 중이다.
잘 떠나고 싶어서.
이곳에서 억울함보다는 배움을 남기고 싶다.
무거운 감정보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 이해’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는 ITECH과 협의 중이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
그곳이 나를 받아줄지,
내가 거기서 여기와 다르게 숨 쉴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이제, 나를 다시 나로 살게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어서
설계를 배웠고,
사람 때문에 흔들렸고,
그래서 이제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를 만들고 싶다.
그게,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진짜 설계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곳과의 시간도 끝이 난다.
그동안 고생한 만큼
다음은 조금 더 따뜻한 곳이면 좋겠다.
나는 지금,
잘 떠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다음,
잘 시작하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다음 편 : 마지막 24화 내 자리에 날개를 달다.)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