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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지금은, 떠나는 중입니다.

마침표를 고르는 중

by 마음을 잇는 오쌤




처음부터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설계를 제대로 배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가기 위한 짧은 여정이었다.


실제로 많이 배웠다.

모델링의 구조, 부품 간 여유, 금형의 논리…

그동안 평면 위에만 그리던 것들을

이제는 현실의 물성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많이 배운 건

‘사람의 마음’에 대해였던 것 같다.


특히 주 부장.

그는 나를 설계팀으로 부른 사람이었고,

처음엔 ‘버텨라’, ‘적당히 해라’라는 말로

마치 나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나를 ’ 해석’했고,

‘정리‘했고,

결국 내가 누구인지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나로만 기억했다.


그게,

꽤 많이 서운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정리 중이다.

업무도, 감정도, 관계도.

무엇 하나 어설프게 남기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한 장 한 장 덮어가는 중이다.


잘 떠나고 싶어서.

이곳에서 억울함보다는 배움을 남기고 싶다.

무거운 감정보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 이해’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는 ITECH과 협의 중이다.

아직 확정은 아니다.

그곳이 나를 받아줄지,

내가 거기서 여기와 다르게 숨 쉴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이제, 나를 다시 나로 살게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


디자인을 더 잘하고 싶어서

설계를 배웠고,

사람 때문에 흔들렸고,

그래서 이제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를 만들고 싶다.


그게,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진짜 설계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곳과의 시간도 끝이 난다.


그동안 고생한 만큼

다음은 조금 더 따뜻한 곳이면 좋겠다.


나는 지금,

잘 떠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다음,

잘 시작하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다음 편 : 마지막 24화 내 자리에 날개를 달다.)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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