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콘서트에서 이랬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제 콘서트엔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모인다는 거다" 무대 스크린에는 우리 엄마뻘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면면이 비쳤다.
그렇긴 하다. 다른 콘서트에선 많이 못 본 광경이다. 엄마아빠랑 갔던 이문세 콘서트엔 내 또래가 없었고, 디제이페스티벌에선 엄마아빠 세대를 못 봤다. 섞여서 놀 일이 별로 없다. 취향도 공유하는 문화도 노는 방식도 다르니까. 싸이는 40대지만 10대도 노리는 전략을 펴고, 그래서 전연령이 같이 부를 곡이 많아서일까. 4시간 동안 10대, 50대랑 같은 데서 뛰어노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따져보면 콘서트만 그런 건 아니다. 최근에 웬 카페 후기를 봤는데 '분위기 좋아요 근데 3,40대 분들이 좀 많았어요ㅜ 올드한 느낌?' 이란 내용이 있었다. 이제 30줄에 접어들어서 욱한 건 맞다. 3040이 많은 게 그 공간의 단점일까. 아무래도 너무한 처사다. 나는 20대 때 비슷한 태도를 가진 적 없나 돌이켜본다. 오히려 2050이 섞이는 걸 부러워했던 것 같다.
유럽 펍에선 20대 초반의 이방인 나와 50대 술배 나온 아저씨들, 30대 젊은 남녀들이 아무렇지 않게 뒤엉켰다. 노래하는 50대 아저씨가 나와 내 친구에게 맥주를 사줬다. 마치 그 힙한 술집에 우릴 초대한 호스트인 양. 독일 한 도시의 제일 큰 클럽에도 40대 남녀들이 있었다. 금요일 밤 이태원 가장 핫한 술집에 내가 엄마아빠 이모삼촌과 놀러갈 수 있을까 상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울 것 같다. 중년이 여기에?왜 클럽에?하는 눈치는 둘째치고 입장도 못 할 거다. 물 흐리니까. 힙함의 척도는 아저씨 아줌마가 없는 곳, 찐맛집의 척도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삼는 아이러니!
뭐 비슷하게 나이 많은 어른들도 마즙 파는 한방 카페나 송골매 콘서트에 젊은이가 출현하면 신기하게 바라보긴 한다. 코로나 전까진 산에 가면 아저씨들이 '기특한 젊은이론'을 펼쳤으니까. 주말에 북적북적 술 못 마시게 생긴 내 전후 또래가 등산이나 골프를 힙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곳은 원래 수많은 한사랑산악회들이 있던 곳. 촌스럽다던 아웃도어 패션이 불티나게 팔리고, 혼성 등산크루는 불륜이란 오명을 벗었다.(이마저 세련된 척하는 나같은 애들의 시각에 따른 것이다) 더 이상 중년의 하이커들이 날 신기하게 보지 않는다. 산이 곧 싸이 콘서트장이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젊은애들이 산에 몰려 온다고 눈 흘기지 않았다. 산이 시끄럽고 더러워진다거나 뭘 모르는 애송이들이 몰려서 산행에 방해된다거나 하는 소리도 안 했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가끔 라디오나 트로트 크게 틀고 오르는 아저씨를 본다. 간혹 시끌벅적 수다떨며 오르는 아줌마들도 본다. 그때마다 인상 찌푸렸다. 조용한 산에 와서 왜 저래? 싸이의 자기 자랑을 듣고 생각한다. 산 아래 여기저기선 아이돌 노래 틀어대고 나와 내 또래는 웬만한 곳 어디서든 왁자지껄 논다. 마치 모든 문화의 향유자는 1030뿐인 양.
애초에 구한 싸이 콘서트 티켓은 4장이었다. 2장은 지인에게 넘겼다. 콘서트 전날 엄마아빠가 너무 재밌겠다며 부러워했다. 춤추고 뛰고 떼창하는 걸 안 좋아할 거라고 오해했다. 내년에도 티켓팅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