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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적당 May 26. 2023

첫 홈파티는 다 망했습니다

홈파티 속에 숨겨진 나의 욕망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으세요? 전 있어요!




내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기계였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님 안녕하세요. 전 수연이 반 친구 수진인데요. 수연이 집에 왔을까요?"라며 공손히 전화를 걸어야 했다. 두 손으로 수화기를 꼭 잡고 있다가, 친구가 "여보세요" 하면 바로 긴장이 풀리곤 했다. 다른 한 방법은 세이클럽이었다. 메신저 프로그램인 '타키'나 '네이트온'에 로그인하여 친구가 컴퓨터를 켜기만을 기다렸다. 하루 종일 놀았으면서 집에 가서도 뭐 그리 할 얘기가 많았던지. 채팅창으로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핸드폰 없이도 어떻게 다 만났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일, 또 내가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일이 엄청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은 동에 사는 친구집에 자고 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시절에 처음으로 친구를 초대해 보는데, 내 생에 첫 홈파티 3번이 중학생 때 열린다.








첫 번째 초대는 학원 친구들이었다. 2001년 전 세계를 집중시킨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가 개봉한다. 그 뒤 해리포터 시리즈는 연이어 사랑을 받았다. 중학생인 우리들은 영화관에 가서 보는 일은 아주 사치였으므로, TV에서 특집 편성으로 영화를 내보내줄 때 찾아보거나, 비디오가 나오면 빌려 보곤 했다.


여름 방학 때, 학원 마치고 해리포터 영화를 보자며 친구들을 불렀다. 그 당시 우리 집은 5인 가족이 사는 꽤 넉넉한 평수의 아파트였다. 친구들은 널찍한 거실을 보고 '와' 하곤 했다. 나는 늦둥이 막내딸이다. 우리 아빠는 나와 42살 차이가 난다. 중학생 때 이미 50대셨으니, 또래 아빠들 보다는 사업의 안정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었고, 친구들은 그런 형편을 부러워하곤 했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우리는 더 이상 뭐 할 것이 없어서 흐지부지 헤어졌다. 친구들과 집에서 놀면 엄청 재밌을 줄 알았던 나의 기대도 꺾였다.


두 번째 초대는 학교 친구들이었다. 그 당시 핸드폰은 대중적이지 않아도, 집집마다 컴퓨터는 있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에는 오빠방에 한 대, 언니방에 한 대 총 2대의 컴퓨터가 있었다. 학교 마치면 PC방에 가기 바쁘던 시절이었는데, 그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 모았다. 컴퓨터가 2대 있으니 PC방처럼 서로 보진 않지만, 한 공간에서 우리끼리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말이다. 그렇게 몇 명의 친구들이 놀러 왔고, 오빠방과 언니방에 허락도 없이 침입하여 자유롭게 놀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자, 흥미를 잃은 친구들이 이젠 밖에 나가서 놀자고 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뭘 하고 놀았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집을 내준 호스트가 되어 재미없게 그 시간이 흘러갔다는 감정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은 캐나다 2달 여행길에 오르기 전, 중3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 일이었다. 12월에 출국하였기에 나머지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고 출발해야 했다. 시험도 없이 고등학교 원서 내며 친구들과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시절에 나만 끼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엄마가 이를 눈치채고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를 할 수 있게 자리를 열어준 것이다. 친한 친구들을 집에 불렀고, 엄마는 갖가지 음식을 차려주고 통닭도 시켜줬다. 친구들에게 고마웠다는 작별인사도 하고, 졸업식 날 보자며 포옹도 했다.


졸업식 날, 다시 만난 친구들과는 어땠을까? 그저 어색했을 뿐이다. 나와 친구들 사이에는 공백이 생겼고, 나는 그걸 자연스럽게 채울 힘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엄마가 초대하라고 해서 초대한 것이지,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누가 왔었는지도 이젠 가물가물하다.











중학생 시절 나의 홈파티는 왜 모두 별로였을까.


그 이유는 1가지이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다는 마음보다, 우리 집에 비디오가 있는데 이것만 틀어주면 친구들이 나를 더 좋아해 주지 않을까? 우리 집에 컴퓨터가 2대 있다고 하면 나와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작별 파티를 하면 돌아온 나를 더 환영해주지 않을까? 결국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앞선 초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혹 할 수 있는 미끼를 던진 것이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의 '초대'는 30살에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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