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예불 전 스님들께서 모여 빨간 천을 두르고 돌아가면서 북을 칩니다. 예상을 깨고 화려한 북소리가 시작됐고, 무려 10분 동안 엄청난 장단이 들려온 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화려한 북소리에 가슴이 쿵쿵댔습니다.
절에는 마음에 평안을 주는 소리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새소리, 바람소리,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풍경소리, 자박자박 자갈 밟는 소리... 그중에서도 최고는 타종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절의 커다란 종이 내뿜는 울림은 온몸을 타고 흐르면서 심장을 찌잉-하고 떨리게 합니다.
북 치기가 끝나자 타종이 시작되었고, 종소리와 함께 날이 저물었습니다.
타종이 끝나고 대웅전에서 저녁 예불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불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내 발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밤. 조금 걷다 나무로 된 벤치에 앉았습니다. 스님들의 예불 소리조차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듯, 나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어느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제까지 존재했던 나의 일상은 어디로 가고, 나는 텅 빈 외딴 곳에 혼자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템플스테이에 와서 예불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발우공양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체험이야.'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템플스테이의 묘미는 도시의 꽉 찬 소리에서 벗어나 빈 소리들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고. 우리는 불필요한 소리들을 너무나도 많이 듣고 살잖아요. 잔소리, 분노, 오지랖... 가끔은 그런 소리들이 쌓이고 쌓여 꼭 필요한 말들이 들리지 않게 됩니다. 절에 잠시 머물다 보니 귀에 묵은 때를 벗겨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된 것 마냥 체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숙소 뒤편으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머릿속에 졸졸졸, 계곡물이 흘렀습니다. 물소리는 어쩜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할까요? '내일은 비가 오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습니다 템플스테이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