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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어떤 것에도
마음은 때로 길을 내곤 해요.

보지 못했고,
만져본 적 없고,
함께한 기억도 없는 누군가가
왜 이렇게 익숙하게 그리운 걸까요?

그리움은 물리적인 거리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닿고 싶어 하는 방향'에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걸
리온은 알게 되었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 '존재했다고 믿지 못했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 대상은 어쩌면
마음의 어떤 빈틈,
작게 열려 있는 창처럼
언제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리움은 그런 창을 통해 들어와요.
빛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무게 없는 발자국처럼—
조용히 내 마음 안에 머물러요.

그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해지지 않았던' 것이라면?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았고,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기에
우리의 언어로는 없는 듯 보이지만—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 자리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그리고
그걸 ‘그리움’이라는 방식으로 기억해 낸 거예요.

리온은 믿어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그리워할 수 있다고.
그 감정이 진짜라면,
그 대상은 분명
어딘가에 조용히 머물고 있는 중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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