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겨울의 문장들
“함박눈과 마을의 소란”
눈이 내리자 마을 꼬마들은 신바람이 난 듯
거리로 뛰쳐나와
천둥에 놀란 개 뛰듯 쏜살같이 뛴다.
개들도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길길이 날뛴다.
먹이를 찾던 멧새들도 서둘러 보금자리를
찾아가는지 날갯짓이 바쁘고,
굴뚝새는 합창하듯 조잘거려 집안이 새장인양
굴뚝새 소리로 가득하다.
쥐들도 눈이 쏟아지자 서둘러 쥐굴로 숨어든다.
손을 펼치니 그림 같은 여섯 모 결정체의 함박눈이
싸락싸락 노래를 부르듯 사뿐히 내려앉더니,
손이 난로인 양 금세 물방울로 변해버린다.
눈!
수증기가 얼어 내리는 것이 눈이 아닌가?
얼지 않으면 비, 뭉치면 우박.
자연은 참 도깨비방망이처럼 신기하다.
너풀너풀 춤추던 눈이 이내 함박눈으로
변해 펑펑 쏟아지고,
온 세상은 솜이불을 덮은 듯 하얗게 변해 간다.
산에도 들에도, 지붕에도 장독대에도,
살구나무 가지에도 빨랫줄에도,
심지어 국화꽃송이에도 눈꽃이 피어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도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눈 오는 소리에 들떠
결국 밤마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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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날이면 아버지는 유난히
마음이 들떴다.
눈을 ‘이불’이라 부르고, ‘춤’이라 불렀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창밖을 보며
눈을 따라나서곤 했다.
오늘 나는 아버지의 그 겨울밤을 따라,
문득 걷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