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장들 6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겨울의 문장들


“ 동짓날 굴뚝연기”


오늘이 벌써 동짓달 열이틀이다.

어느새 24절 후 중 스물한 번째 절후인

폭설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절후는 분명 대설이건만

밖에는 철저한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강원도에는 대설(大雪) 주의보가 내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데

강원도와 이마를 맞대고 있는

내 고향 충청도는

아직은 눈은 선만 보였을 뿐

눈다운 눈은 내리지 않고 있다.


겨울의 멋은 뭐니 뭐니 해도

나뭇가지 위에 핀 눈꽃이거늘……


겨울은 왔어도

눈은 내리지 않고

떨거지 같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이 또한 기상이변으로

우리나라가 아열대로 간다는

전령사는 아닐까?


겨울 김장이 끝난 시골 굴뚝에서는

이른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하느님께 눈을 부탁하러 가는지

하늘 높이 올라가고


굴뚝새는 굴뚝 주위를 맴돌면서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초겨울 시골의 전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참으로 아름답다.



__________

절기는 정확하지만

자연은 늘 자기 방식으로 계절을 건넌다.

눈 대신 겨울비가 내리고,

눈꽃 대신 연기가 먼저 피어오른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겨울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눈이 내려야 겨울일까,

아니면 밥 짓는 연기가 오르면

그때부터 겨울인 걸까.


아버지는 계절을

눈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굴뚝의 연기, 굴뚝새의 움직임,

시골 아침의 공기 같은 것들로

겨울을 알아본다.


세상이 조금 달라져도,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계절이 와도,

아버지는 그것을 섣불리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묻고, 바라보고, 걱정하면서도

끝내는 “참으로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문장은

변해버린 세상 앞에서

너무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먼저 바라보라는 이야기 같았다.


눈이 오지 않아도

겨울은 오고,

형태가 달라져도

아름다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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