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 _ 다시, 봄의 문장들 3
"꽃구름 한 조각, 봄의 전령“
꽃샘추위가 몸부림을 치면서 기승을 부려 보지만
지난겨울이 워낙이나 추워서 그런지 쌀쌀맞게
불어오는 바람도 싱그럽게만 느껴진다.
하늘은 재를 뿌려 놓은 듯 희뿌옇고
물오른 나무들은 사납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행여나
꽃눈을 다칠세라 자식 기르는 부모처럼 죽기로 작정한 듯 맞서 싸운다.
하지만 봄바람이 없다면
무슨 맛으로 봄의 정취를 느낀단 말인가?
희뿌연 하늘 위로는
꽃구름인양 흰 뭉게구름이 한 조각 두둥실 떠서
남녘에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인양
유유자적 북녘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춤을 추면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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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은 봄을
‘따뜻함'으로만 부르지 않는다.
봄은 흔들리고, 지키고, 버티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특히 '꽃눈을 지키는 나무들'이 오래 남는다.
사나운 바람 앞에서조차 봉오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가지의 고집은,
어쩐지 내가 요즘 붙들고 있는 마음과 닮아 있다.
무너지는 건 쉬운데, 지키는 건 늘 어렵다.
하늘이 잿빛이고 공기가 뿌연데도
꽃구름 한 조각이 유유히 흘러가고
노란 나비가 춤을 춘다는 장면에서
아버지는 말한다.
봄은 언제나 '완벽한 날씨'로 오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날에도 조용히 이미 와 있다고.
나는 이 글을 읽고
'내가 아직 차갑다 해도, 봄은 이미 시작되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했다.
따뜻해진 뒤에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그게 봄의 방식이고,
어쩌면 내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