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1
" 겨울잠이 끝난 숲에서 "
살며시 눈 감고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에 귀 기울여 보니
나무들도 어느새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맞이 준비에 부산을 떨고 있다.
머지않아 춘 삼월이 오면
죽은듯한 가지에서 잎 피고
꽃이 피어 화사하게 봄을 수놓으면
겨울삼동 발길을 끊었던
멧새들도 찾아올 것이고
강남 갔던 철새들도 돌아와 꽃가지를 넘나들면서
은쟁반에 옥을 굴리듯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고
나비와 벌도 팔랑팔랑 춤을 추며 꿀 따러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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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은
겨울을 '멈춤'이 아니라 '준비'로 본다.
나무가 떤다는 표현이 좋았다.
추위에 떠는 게 아니라,
봄을 밀어 올리기 직전의 몸짓 같아서.
나도 가끔 겨울 같은 시간을 산다.
마음이 둔해지고, 의욕이 줄고, 뭐든 늦어지는 계절.
그런데 아버지 문장을 읽으면 생각이 바뀐다.
겉으로는 멈춘 것 같아도,
안에서는 이미 깨어나고 있을 수 있다고.
"죽은 가지에서 잎이 난다"는 말이
나에게는 ‘끝난 것 같은 자리에서도
다시 시작이 나온다’는 뜻으로 남는다.
나는 오늘 내 속도를 조금 더 믿어보기로 한다.
봄은 늘, 안에서부터 먼저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