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체력이 없는 남자와 체력이 넘치는 여자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결혼 후 함께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름'. 어쩌면 사람들이 흔히 이혼사유로 말하곤 하는 성격 차이라는 것도 이 다름에서 비롯된 것일겁니다. 함께 산지 이제 1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아직 너무나도 다른게 많은 우리, 특히나 여전히 저를 신경쓰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의 허약한 체력이었으니..







호주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동안 지친 내가 쉽게 포기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달리기를 하는 습관 덕분이었다. 처음엔 오기로 시작했던 달리기는 이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습관이 되어 힘든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나를 옆에서 격려하곤 했다.







최근 부쩍 지치고 닳아버린 그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작은(?) 성취감을 선물 하는 일. 평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하지 않던 그가 갑자기 운동을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는 있었지만 나는 꼭 달리지 않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아침부터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그와 함께 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태어나서 한번도 마라톤이라는 것에 도전해본 적이 없던 그는 3km도 되지 않아 불평(불만)을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날 두고 가라'라며 명대사처럼 마지막 멘트를 날려주었다.


나는 그를 뒤에 두고 나의 페이스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아주) 오랜만에 달리는 것이어서 몸이 꽤나 묵직하게 느껴졌지만 마지막을 생각하며 달리는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1시간을 조금 넘겨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10년 전 처음 뛰었던 마라톤은 혼자 참가하고 혼자 기뻐하고 또 혼자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기에 그만큼은 마지막 결승선에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심어주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작은 경험이 곧 더 큰 성취감으로 그를 이끌어주는 화살표가 될 것이라고도 말이다.






물론, 그는 결승선에 들어와 매우 기뻐했다. (나에게 놀림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한다....) 멀리서 그가 쓴 까만 모자가 보이는 순간 나는 그보다 더 많은 기쁨을 느꼈다.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더 값진 경험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다음 일정을 모색하던 나는 두피 빼고 온 몸이 다 아프다는 그의 이야기에 올해 마라톤 대신 내년 마라톤을 궁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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