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좋아하는 쪽으로 남겨두는 마음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방식으로
나는 콧등으로 계절을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나는 조금 바빠진다. 콧잔등을 훔치고, 이마로 번지는 열기를 손등으로 밀어내는 일. 외출 전, 손수건을 챙겼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다시 또렷해진다.
나는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편이다. 그래서 계절의 무게는 늘 겨울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어딘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화장실로 향해 땀에 젖은 얼굴을 확인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뜨거운 나라에서 일 년을 살아내고 있다. 이곳의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고들 말하지만, 우기로 넘어가기 전의 짧은 시간을 이곳 사람들은 ‘봄’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미 지나갔어야 할 계절인데, 요즘 사이공의 밤은 아직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괜찮은 공기.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바람이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그때마다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창 밖을 바라본다. 이 시간이 조금 더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가게 앞이나 병원 입구에서 주차를 도와주던 사람들을 오래 바라보곤 했다. 햇볕 아래 머무는 일이 얼마나 고단할지 짐작하려 애쓰면서.
하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도 온도를 견디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목을 자주 축이고, 선풍기를 끌어와 바람을 붙잡고, 다음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낮잠을 자는 일. 하루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추는 것.
그것이 더위를 견디는 이곳의 방식이었다.
나는 이제 그 풍경을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의 속도로 이 도시를 살아간다. 콧등의 열기를 무심히 훔치며 다가올 우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뜨거운 시간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는 이유는 곧 다른 계절이 밀려와 이 시간을 데려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의 나는 지금의 더위를 조금은 그리워하게 될 테지.
요즘의 나는 여름을 밀어내기보다 조금 덜 좋아하는 쪽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선명하게 좋아하거나 미워하기보다 둥글게 남겨두는 마음으로.
완전히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방식으로 나는 이 계절을 지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