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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Aug 26. 2024

남편의 잔소리로 식비를 무려 70% 절약하다!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9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인대!


나는 인생의 재미 중 <먹는 재미>를 굉장히 높게 사는 사람이다.

의식주 중에 의(衣)는 몇 가지의 옷으로 돌려 입기가 가능하고, 주(住)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집이라면

타인의 평판에 덜 신경 쓰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식(食)!

이것만은 절대, Never 포기할 수 없다.


어렸을 때의 가정환경이 분명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이나 결정 하나하나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 집은 음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후한 집이었다. 부모님도 무언가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집안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아낌없이 주신 편이었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은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작은 빌라에 거주했다.

친구들과 저녁 6시까지 실컷 놀다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빌라 입구 문을 열고 뛰어들어가면 당시 2층에 거주했던 우리 집에서 풍기는 된장찌개 냄새를 빌라 계단 부근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그때 그 냄새가 참 좋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가 방금 요리한 뜨끈하고 맛있는 된장찌개를

바로 준비해 주셨다. 그때의 기억, 그 순간, 그 모든 것이 내게 <소중한 추억>이었다.


음식은 내게 있어서 <삶의 의미이자 활력>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식비를 줄이기가 쉽지 않음을 주구장창 설명한 내용인데

결론은 식비는 나뿐만 아니라 먹는 것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식비를 얼마나 줄이고, 어느 수준으로 줄일지 나 역시 고민이 많이 됐다.

식비를 줄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식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나만의 소소한 경험담을 이번 글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잔소리 남편 vs  잔소리 극혐 와이프


남편과 결혼 후, 우리가 가장 많이 충돌했던 부분은 <남편의 잔소리>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잔소리를 거의 안 듣고 자랐다.

아니면 엄마가 잔소리를 했는데 내가 귓등으로 들었을 수도 있다. (미안, 엄마)


내 기억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우리 집은 학생으로서의 공부와 인간으로서 예의범절만 충실히 지켜내면

딱히 잔소리를 하는 집안은 아니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 게임에 빠져 식사도 안 하고 게임을 하고 있어도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 게임하는 것도 좋지만 밥은 먹고 게임해야지."


돌이켜보면 내가 부모여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게임을 하는 건 괜찮지만 '밥'은 먹고 게임해라. 자식의 건강을 위해 밥을 권하는 부모님.

부모님의 유한 교육 방식 덕분에 게임을 어느 수준까지 하고 나면 굳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본디 누군가 말려야 그만하고 싶어 지는데 무한 게임을 하니까 일정 수준 레벨에 달하면 금세 재미가 없어져

게임을 그만하고 내 할 일을 찾아 나서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 크다 보니 남편과 결혼 후, 작은 일에도 잔소리를 해대는 남편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남편과 결혼하고 20년 간 들을 잔소리를 약 2~3년 간 몰아서 들은 것 같다.)

다행히 부분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로 어느 정도 조율을 해가며 점차 조금씩 줄어들었다.


초창기 남편과 내가 충돌했던 부분 중 하나가 <식재료>를 대하는 부분이었다.

남편은 무언가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었고, 나는 쟁여놓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남편은 음식을 사놓고 조금이라도 남기거나 하는 부분을 굉장히 싫어했고, 나는 어느 정도 먹고 다 못 먹어서 버리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인드 보유자였다.


다른 잔소리 측면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점도 많았지만

식비 절약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보다 남편이 훨씬 현명한 점이 많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식비 절약 차원에서 남편의 잔소리가 공헌한 부분이 굉장히 컸다.
잔소리를 극혐 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남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개선했던 점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식비 절약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남편의 잔소리로 식비를 무려 70% 절약하다!


우리 남편은 성실하고 착한 성품의 사람이다. 책임감도 강하고 귀여울 때도 많다.

(갑자기 웬 칭찬을? 욕하기 전에 미리 칭찬하는 거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칭찬을 끝냈으니 잠깐 단점도 가져오자. 남편은 융통성이 조금 떨어진다. (안 미안해, 남편아)


아직 장을 안 봤는데 식사 메뉴를 바꾸거나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데 어떡하지'라고 말하면

이런 여자들의 음식을 향한 고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MBTI "T"다. (야, 너 티발 티야?!)

장을 보고 그러면 몰라도 장 보기 전에도 이런 말을 하면 혼란에 빠진다.


남편은 한 끼 먹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생각하고, 내게는 평소 건강식인 회사밥만 먹는다고 곤욕인데

이 소중한 한 끼를 가볍게 여기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본인 회사는 식사가 더 잘 나와서 그런 것 같다.


남편도 음식을 향한 나의 애정과 열정을 알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서로의 성향을 존중해 준다.

메뉴를 마음껏 바꾸는 나의 성향을 존중하되, 나 역시 장보기 전에는 어느 정도 메뉴를 고정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잔소리와 나의 음식을 향한 열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우리는 서서히 합의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와서 결론적으로 남편이 내게 끊임없이 보낸 잔소리 덕분에 우리는 식비를 무려 70%나 절약했다.

그의 주된 잔소리는 아래와 같다.


<남편의 메인 잔소리>
1. 조금 먹을 거면 사지 마라!
2. 식재료는 먹을 만큼만 조금만 사둬야 한다.
3. 안 먹는 식재료는 그때그때 바로 버려야 한다.
4. 이번 주 먹을 메뉴를 정했으면 바꾸면 안 된다. (단, 둘이 협의하여 장보기 전까지는 변경 가능)


사실 다 맞는 말이다. 이 말을 지키니 거짓말처럼 식비가 줄어들었다.

마치 요술램프에서 요정 지니가 튀어나와서 <식비 절약 노하우 책자>를 주고 간 느낌이었다.


우리 남편 대여해 드려요?


해당 내용을 활용해서 식재료 쇼핑을 하게 되면 기가 막힌 절약이 가능하니 한 번 따라 해 보자.

저 내용을 바탕으로 평소에 우리 집에서는 실제로 식비 구매 시 매주마다 이런 대화가 이뤄진다.



1. 매주 남편과 무엇을 시켜 먹을지 논의

  → 미리 메뉴 설정, 그중 1~2개 메뉴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 활용


남편 : 이번주에 뭐 먹을 거야?

나 : 우리 집 냉장고로 할 수 있는 재료가 지금 뭐지?

남편 : 된장찌개 가능하고 냉장고등어 있으니까 같이 먹을 수 있어

나 : 그럼 그걸로 한 끼 해결하고, 또 냉장고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뭐가 있을까?

      아! 부추 남았으니까 부추전 할게. 부추전이랑 된장찌개 두둑이 끓여서 한 번 더 먹으면 되겠다!


미리 메뉴를 정하는 일은 많이들 할 것이다. 미리 메뉴를 정할 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할 수 있는 요리

1개,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메뉴 1개를 하면 냉장고 식재료를 그때그때 먹고 버릴 수 있다.

@냉장고 파먹기로 필요한 식재료만 보유 중

특히,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활용해 요리를 하려고 계획하다 보면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냉장고 정리도 되고, 냉장고 파먹기도 가능해진다.

냉장고 파먹기가 아니다. 매주 일과처럼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2. 소량으로 매주 조금씩 장을 본다.


남편과 나는 소량으로 조금씩 매주 장을 본다. 요새는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다양한 온라인 몰이

있기에 소량으로 장보기 굉장히 편하다. 대형마트에 가서 직접 장을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둘 다 맞벌이 부부라서 바쁜 것도 있지만 거기만 가면 눈이 돌아간다.


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많고, 못 보던 신규 상품들도 많은지!

물론 대형마트에 가도 눈이 안 돌아가면 괜찮다. 그렇지만 나는 눈이 잘 돌아가기에 소량으로 조금씩 장 보는 것을 선택했다. 소량으로 필요한 내용물만 구매하다 보니 식비가 크게 절약된다.

물론 고기나 냉동 고등어 등 특정 식품들은 냉동시켜서 오래 쟁여먹을 수도 있지만 보통의 식자재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상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추천한다.


3. 이렇게 저렴한데 건강하기까지! 이런 식재료를 활용하라.


우리 부부가 매주 반드시 먹는 메뉴가 있다.

이 메뉴를 선택하면 식사 한 끼가 바로 해결되기에 굉장히 선호하는 메뉴다.


심지어 가격도 5천 원 내외다. 이런 메뉴가 있다고?!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만 공유한다.(사실 대단한 메뉴는 아니다.)

그 메뉴는 바로 상추쌈밥이다.

@내 사랑 상추

상추쌈밥은 우리 집 애정메뉴다. 깨끗하게 씻은 상추에 마늘, 고추를 고추장 혹은 쌈장에 싸서 먹으면

진짜 꿀맛이다. 건강식인 상추와 야채를 함께 한 메뉴인데 맛도 맛이지만 건강식이다.

상추쌈밥만 먹으면 허무하니까 된장찌개를 끓여 같이 먹으면 배도 훨씬 두둑하다.


식비 아끼려고 먹는 메뉴라기보다, 한 끼 편하면서도 간단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으려고 선택한 메뉴다.

상추쌈밥+된장찌개, 상추쌈밥+냉동 고등어구이 등으로 준비하면 야채를 지지리도 안 먹는 현대인에게

참으로 알차면서도 건강한 식사가 완성되는 것이다. 한 번 꼭 시도해 보길 권장한다.


+플러스 : 상추쌈밥이 꼭 아니더라도 야채와 함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본인만의 메뉴를 하나 만들어

 매주 한 끼는 간단히 먹는 것을 추천한다. ^^ 건강하게 식비 절약이 가능하다.



4. 애매하게 조금 먹고 버릴 거면 사지 마라!


나 : 바나나랑 우유 하나 살까?

남편 : 저번에 남긴 적 있던데 다 먹을 수 있어?

나 : 바나나+우유 갈아먹으니까 남길 일이 없어! 요새 회사에도 바나나 한 개씩 들고 가니 다 먹을 수 있어~

남편 : 오케이, 승인완료!


우스운 대화이지만 우리 부부는 매주 이런 대화를 한다. 그깟 바나나랑 우유 하나 사는 것 때문에 왜 저러냐?

너무 팍팍한 거 아니냐! (솔직히 좀 팍팍하긴 하다 ㅎ) 그렇게 말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내가 안 먹고 둬서 버리거나, 남편이 억지로 남은 음식을 다 먹은 적도 있기에 나름 이런 범죄를

여러 번 저질러서 나도 할 말이 없다.


식재료를 구매하기 전에 이런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식재료를 구매해 놓고 얼마나 먹을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액과 관계없이 불필요한 식재료를 버리는 것은 우리 집 가계에도, 전 지구적인 환경에도 결코 좋지 못하니 이 부분은 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장난 반, 진심 반 이런 이야기를 한다.
"오빠를 다른 집에 대여하면 그 집도 무조건 식비 절약이 가능할 것 같아."
남편은 이런 내 말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웃으며 본인도 인정한다.


남편의 잔소리 덕분에 바꿔온 식비 절약 습관이 이제는 우리 집의 매주 습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식비도 절약하고, 냉장고도 정리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식비 절약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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